전격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입장표명 약속했지만 침묵 속 사퇴…11일 첫 공판 열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검사 인생에서 변곡점은 국정감사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전 총장은 그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과 함께 이름을 알렸다.
7년 뒤인 20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전 총장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연일 충돌하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놓고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작심발언은 그를 대선 주자 반열에 올려놨다.
◆'수사 결과 지켜본 뒤 입장표명' 약속했지만
당시 국감장에서 윤 전 총장은 시종일관 당당했다.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가 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편지'에도 의연했다. 지금은 법무부 장관이 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 술접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사과하겠느냐고 질의하자 윤 전 총장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필요한 조치를 하고 국민께 사과드릴 일 있으면 사과와 함께 정말 근본적 개선책을 강구해보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2달여에 걸친 수사 끝에 "검사 3명에 대한 술접대 사실은 객관적 증거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징계 국면에서 입장 표명이 늦어지는 듯 했으나 총장 직무 복귀 후에도 침묵은 이어졌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달 대검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윤 전 총장이 검찰 수사 결과 현직 검사의 향응 수수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입장 표명이나 후속 개선 조치를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사과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필우 변호사는 "준사법기관으로서 법치주의 확립에 가장 앞장서야 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검사들이 술접대를 받았다. 법치주의가 무너졌다는 인식을 주는 상황"이라며 "검찰의 수장인 총장이 이를 사과하지 않고 법치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선 것이며 윤 전 총장이 말한 법치주의 의미가 특정인들만의 법치주의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격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동률 기자 |
◆'검수완박 부패완판' 내세웠지만 검찰 내 의혹에는 논란 남겨
윤 전 총장은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을 비판하면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면 부패가 완전히 판을 친다'는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는 화두를 꺼냈지만 검찰 내 비위 의혹에는 관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사 술접대 사건에 입장표명 없이 물러난 것과 함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교사 의혹 처리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 사건에는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엄모 부장검사도 관계됐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직전인 지난 2일 한 전 총리 수사팀의 위증 교사 의혹을 조사한 결과 수사 전환 필요성을 보고한 임은정 부장검사를 사실상 직무배제했다. 사흘 뒤 대검은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사퇴가 국가 반부패 역량 후퇴를 우려하는 충정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정계 진출을 위한 행보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이 발의도 안 된 채 논의를 겨우 시작하는 상황에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총장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는 11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모 검사,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 김봉현 전 회장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검찰은 검사 3명의 술접대 사실을 확인했지만 나머지 검사 2명은 향응액이 김영란법상 처벌기준인 100만원이 넘지 않았다며 불기소 했다.
sejungkim@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