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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정조준에 황교안까지…與정보위원장 'MB사찰'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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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침 국회 정보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여당 출입기자들에게 알림을 보냈다. 한 시간 뒤인 오전 11시 국회 본관 정보위원장실에서 “MB정부 국정원 사찰 관련 등 최근 정보위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유행한 뒤로 취재진을 모아놓고 설명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별도 엠바고는 설정하지 않으니 바로 기사화하는 것으로 하겠다”는 단서도 붙였다.

중앙일보

국회 정보위원장인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MB정부 국정원 사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국정원 불법 사찰 관련해서 개별적으로 전화 문의가 많아서 업무를 못 할 지경이라 한꺼번에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기 위해 간담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의 신종 정치 개입”이라면서 “민주당과 국정원은 국민의 힘이 문제 있는 집단으로 보이도록 계속 연기를 피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경협 “정치인 사찰 MB 때 시작, 文이 중단”



김 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불법 사찰이 있었냐는 문의가 많다”면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사찰 ‘지시’는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때 있었던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해선 “김 전 대통령이 사찰의 가장 큰 피해자로서 사찰을 금지시켰다”면서 “판결문에도 국정원장 등이 주도적으로 지시한 게 아니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인 사찰은 2009년 MB정부 때 시작해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민간인 사찰은 불분명하지만 정치인 사찰은 2009년 12월 16일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실 지시로 시작했다”면서 “그 뒤로 중단하라는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문건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사찰이 중단된 시점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 국내 조직을 개편한 때인 것 같다”라고 추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국정원 내 국내 정보수집 조직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박형준, 황교안 겨냥하는 민주당



중앙일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후보(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 위원장은 국정원의 사찰 정보를 보고 받은 대상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 정무수석, 대통령 실장, 국무총리가 보고처로 적힌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한 박형준 전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지만, 김 위원장은 “시기와 이름이 특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이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이 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냐’는 취재진 질문엔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 받고도 조치를 안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진상이 규명되면 책임 소재 문제도 당연히 거론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도 “MB 국정원에서 생산된 사찰 보고서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국무총리실로 배포된 흔적이 발견됐다”면서 “배포처로 확인된 박형준 당시 정무수석 등 관련자들은 사찰 문 건의 내용과 목적을 분명히 밝히라”고 말했다. 22일 당 최고위원회의 뒤에는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박형준 현재 부산시장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2009년 정무수석 시절 보고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연일 압박했다.

보고 대상에 국무총리가 들어간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아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지적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명확하게 확인 안 된 사항”이라면서도“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 총리에게 보고할 의무가 없는데 보고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자료에 “권한대행이라고 써 있진 않고 국무총리로만 적혀 있었다”고 답했다.



황교안 측 “실명도 못 밝히는 근거 없는 의혹”



중앙일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 전 대표 측은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면서 “국회 정보위원장이 전직 대통령 권한대행과 야당 대표에게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이 없으니 실명도 못 밝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형준 전 정무수석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 적폐청산을 할 때 탈탈 털어도 문제 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면서 “선거 앞두고 국정원이 마치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제기하는 게 선거 개입”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번 건의 핵심은 도청이나 미행 등 불법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라면서 “국정원이 선거를 앞두고 세평 수집 수준의 자료로 정치 개입을 하는 것이 매우 악질적”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시민의 표심을 강도질 하기 위한 선거 공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3년 전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의 데자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국정원에 불법 사장 정보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2017년부터 있었고 대법원 판결까지 거쳐서 이제 공개된 사안인데 재·보궐 선거 일정에 짜맞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송승환·성지원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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