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을 안가도 ‘야구 패션’을 입는 시대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인기 스포츠라도 야구만큼 패션에 깊숙이 관여된 종목도 없을터. 그래서 야구는 하는 것도, 구경하는 것도 재밌지만 입는 것도 재밌다.

‘야구를 입는다’고 하면 얼핏 야구선수들과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착용하는 유니폼부터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야구를 입은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야구 유니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스타디움 점퍼, 캠퍼스 웨어가 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흔히 말하는 ‘과 점퍼’다. 이는 야구점퍼 디자인과 흡사한 디자인으로 유행을 거스르며 몇 십년 째 일관된 스타일로 사랑받고 있다. 대학생에게도 유니폼이 있다면 아마 그것은 야구점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론 학교별, 과별로 컬러와 소재는 조금씩 다르지만 특별나게 예쁘기도, 못나지도 않은 무난한 단체복 수준의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야구부나 입을 법한 이 옷은 법대생도, 유머 동아리도 입는 대학생 필수의상인 ‘캠퍼스 웨어’가 됐다.

이렇게 대학가에서부터 유행을 하기 시작하자 패션업계는 본격적으로 야구점퍼의 대중화를 모색했다. 스포츠 브랜드와 캐주얼웨어 브랜드는 ‘야구점퍼’를 세련되게 풀어낸 또 다른 이름 ‘스타디움 점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패션계 흐름과 상관없이 간간이 찾아볼 수 있는 아이템으로, 대학생 뿐만 아니라 교복과 함께 있는 아우터로 꾸준한 인기를 얻는 제품이 됐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패션업계 불고 있는 ‘스포티즘’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스타일의 스타디움 점퍼가 출시되어 눈여겨 볼만 하다. 젊은 학생층의 감각과 야구점퍼의 기본적 특성만 살려 한층 세련되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카무 플라주나 도트, 레오파드, 플라워 등 스포츠웨어에서 보기 드문 이색 패턴이 더해졌다. 비비드한 컬러와 스터드 장식, 화려한 자수가 세겨져 있다.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나이키 NSW 등에서 운동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닌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패션 상품 군으로 통한다.요즘은 힙합 느낌을 더한 캐주얼웨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위에스씨, 스투시 등 야구 의상에서 출발한 MLB, 뉴에라나 농구에서 착안한 NBA 옷들도 모두 스타디움 점퍼의 인기가 높다. 이런 매스 브랜드 뿐만 아니라 여러 하우스 브랜드도 잇달아 출시할 정도다.

▶ 핀스트라이프, 싸이도 입는거 알랑가몰라

야구 유니폼 중 세로 줄무늬를 뜻하는 핀스트라이프 의상이 유독 많다. 핀스트라이프는 1907년 월드시리즈에서 컵스가 가장 먼저 채택한 이후 미국 양키즈의 상징적 의상으로 통해왔지만, 지금은 다른 구단을 비롯 국내 구단 유니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본래 미국 윌스트리트의 성공한 이들이 입는 양복에서 비롯된 패턴으로 성공과 럭셔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뚱뚱한 선수를 위해 야구 유니폼으로 디자인이 고안됐다고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패션계에서 핀스트라이프는 그저 시원하고 세련된 패턴으로 통할 뿐이다. 어떤 옷 가게에서 핀스트라이프에 어떤 영문 약자나 로고가 왼쪽 가슴팍에 떡하니 세겨져 있으면 야구 유니폼 보다 패션 브랜드에서 출시한 신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점퍼 뿐만 아니라 맨투맨 티셔츠나 팬츠, 가방, 모자 등 다양한 제품에도 핀스트라이프가 있는데 그래도 스포츠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최근 싸이의 출국 현장이 포착될 당시 그가 착용한 스트라이프 재킷을 참고할 것. 야구 모자만 착용했더라면 듬직한 투수나 야구 심판쯤으로 착각 할 수도 있었겠지만 싸이가 입은 것은 야구 유니폼과 흡사하면서도 지극히 세련된 테일러드 재킷이었다.

▶야구 모자의 대중화, 그리고 변화

야구로 부터 비롯된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대중화 되어 있는 것은 야구 모자다. 햇빛 가리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지만 요즘 모자는 그 기능보다 패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열혈 야구팬이라면 자신의 구단을 것을 고르겠지만 패션 아이템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이마 부분에 또렷하게 세겨진 야구 구단의 로고나 이름도 얼마나 스타일리시한가를 체크한다.

최근 스냅백의 인기와 함께 야구 모자는 덩당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요즘은 여성스러운 옷차림에 야구점퍼와 함께 야구 모자를 착용, 하이힐까지 신는 믹스매치룩도 인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캡 부분을 접어 올리거나 약간 비툴어지게 착용하는 것이 포인트.

이렇게 착용할 때 약간의 변형을 주게 된 것은 힙합 가수가 야구 모자를 착용한 모습이 대중에게 각인된 영향이 크다. 또한 스포츠 아이템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패션 아이템으로서 변화를 주고자 하는 인식도 숨겨져 있다.

[매경닷컴 MK패션 김혜선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MK패션DB, 티브이데일리, 럭키슈에뜨, MLB, NBA, 위에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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