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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영화는 한 중년여인의 어톤먼트, ‘속죄’로 시작된다.
그는 치기의 장난으로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은 스스로를 후회하고 반성한다.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각색한 이 영화는 담담하게 나열되는 대사와, 시대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아 낸 미술로 2007년 개봉해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게다가 2008년 미국 아카데미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다. 특히 영화 속 키이라 나이틀리가 입고 나온 녹색 실크 드레스는 ‘타임’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영화의상 10’에서 1위에 선정되는 등 오스카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명예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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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5년 영국을 그린다. 이 시대의 패션은 남성적이고 직선적인 1920년대의 ‘플래퍼’ 스타일과 대조적으로 여성적이며 우아한 멋이 강조됐다.
일반적으로 ‘슬림 앤 롱(slim & long)의 엘레강스 스타일’을 바탕으로 개더가 풍성한 플레어스커트, 네크라인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지는 카울 넥 등 몸의 형태를 타고 흐르는 유동적이고 부드러운 실루엣이 유행했다. 특히 세실리아가 정원에서 입었던 프린트가 있는 시폰 소재의 블라우스와 파스텔 톤의 꽃무늬 의상 또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스타일로 부유한 가정의 딸인 그의 사회적 지위와 패션 감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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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30년대 중반의 의복은 보다 화려한 글래머 스타일로 진화했는데, 스커트의 길이가 길어지고, 한 없이 아래로 내려갔던 허리선이 제 위치를 찾았으며, 가슴과 엉덩이의 실루엣을 드러냈다.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황금가운’이 된 녹색 실크 드레스 역시, 등을 완전히 노출한 관능적인 베어 백으로 이 시대의 유행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은은한 광택과,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녹색컬러, 날씬한 힙라인을 타고 퍼지는 사치스럽게 화려한 실루엣으로 부유한 세실리아의 환경을 표현하면서도 하인과 사랑에 빠진 세실리아의 복잡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담아내 호평 받았다.
한편 이 궁극의 의상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올해 제8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안나 카레니나’로 의상상을 거머쥔 재클린 듀란이다. 그는 2005년 영화 ‘베라 드레이크’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국판 ‘BAFTA’에서 의상상을 수상했으며 ‘오만과 편견’으로 아카데미, BAFTA 의상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연이어 이 영화로 2008년 아카데미와 BAFTA 의상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에서 실패해 상복이 없었지만 올해 현대복식와 시대의상을 조화시킨 ‘안나 카레니나’로 그간 불운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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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세실리아의 수영복 그리고 수영모다. 본격적으로 일광욕이 일반화되면서 선탠과 검은 피부가 상류층의 상징이됐던 이 시대는 세실리아의 수영복처럼 홀터넥으로 등을 완전히 드러낸 스타일의 원피스 수영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금처럼 탄성이 높은 소재를 옷에 적용하지 못했던 당시 수영모는 턱에 끈이 달린 헬멧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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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처럼 여성미가 강조된 의상은 오래 등장하지 못했다. 강간범이란 누명을 쓰게된 로비는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면서 전장으로 나가야 했고, 세실리아는 간호사로 치열한 전쟁 속에 뛰어 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세실리아의 의복에서 거추장스러운 레이스나 프릴 등이 사라지면서 장식이 최소화됐다. 어깨에 패드를 넣어 어깨를 넓게 강조한 재킷과 스커트를 매치한 투피스, 테일러드 수트 등의 딱딱하고 중성적인 의복이 영화의 중반 후반을 채운다.
녹색 실크 드레스로 기억되는 어톤먼트.
비극적인 사랑이 담긴 전쟁극이자, 속죄 속에 살아온 한 사람의 자서전인 이 영화는 나풀거리는 녹색 스커트로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매경닷컴 MK패션 송혜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영화 어톤먼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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