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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초유 법관 탄핵소추, 사법부 신뢰 세우는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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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제348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 법관 탄핵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 개입해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판결문 수정을 지시했다. 법과 양심에 따라 법관이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한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동이다. 그러나 1심은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헌법은 위반했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어 형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는 논리였다. 무죄 판결로 법원 징계가 어려워지면서 이달 말 퇴임하는 임 부장판사를 처벌하는 방법은 탄핵이 유일했다. 보수야당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반발하지만 이날 탄핵은 법관 독립을 훼손하고 사법부 신뢰를 떨어뜨린 판사를 국민의 대의기관이 단죄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다만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간 사의 표명과 탄핵 추진을 둘러싼 공방으로 탄핵의 본질이 희석되는 점은 유감스럽다.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으나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논의를 막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사표를 반려했다고 폭로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하루 만에 임 부장판사가 녹취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그의 해명은 거짓으로 판명됐다.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김 대법원장은 리더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김 대법원장이 당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문제시할 일이 아니다. 징계 절차를 위해 인사권자가 해야 할 일이다. 김 대법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 탄핵 기류를 언급한 것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다. 그러나 이것이 임 부장판사 탄핵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장 몰래 면담 내용을 녹음하고 국회에서 탄핵이 논의되자 녹취록을 공개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는 이 일만으로도 탄핵감이다.

공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임 부장판사가 곧 퇴임하기 때문에 탄핵의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이 인용되면 임 부장판사는 즉시 파면돼 향후 5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헌재는 이번 탄핵이 사법부와 법관의 신뢰를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신속하면서도 엄정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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