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0.0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대법원장 거짓말, 초유의 법관 탄핵…사법부에 떨어진 핵폭탄

중앙일보 이수정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폭탄이 터졌다.”

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게 "탄핵" 발언을 한 적 없다는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말로 드러난 데 현직 법관이 한 말이다.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언론 보도에 입장문을 낸 건 3일 오후 1시쯤이었다. 그로부터 3시간이 안 돼 임 부장판사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반박문을 내며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그리고 4일 아침,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는 김 대법원장의 말은 육성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현직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거짓 해명’을 한 것이 낱낱이 밝혀지는 데 채 20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은 파문이 퍼지자 4일 오후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사실과) 다르게 답변해 송구하다”는 사과했다.



일부 법관은 “거취 결정해야” 강경 목소리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녹취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녹취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일부 법관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 22일 면담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할 수 없었다면 “기억이 안 난다”는 등 원론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이런 상황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결국 한 나라의 대법원장이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꼴이 돼버렸는데, 이런 경우는 건국 이래 없었다”고 한탄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이 건은 대놓고 저지른 범죄”라며 김 대법원장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 년 가까이 법관의 사표를 묵혀두고 결국 탄핵이 될 때까지 기다린 것밖에 더 되겠냐”며 “입법부에 사법부를 내주겠다는 건데, 입법부 눈치를 보는 사법부 수장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탄핵 추진 언급 자체가 탄핵감”이라고 했다.






초유 육성 파일 공개에도 法 '코트넷'은 이상 없다



김 대법원장의 육성 파일이 공개된 이후 오후 4시까지 법원 내부 게시판인 ‘코트넷’에서 공개적인 반발 움직임은 없는 상태라고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이런 행동을 하고 녹취 파일로 세상에 알려졌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생각해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당장 법원별 판사회의를 열고 전국법관회의를 소집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 법원에서 그런 목소리를 앞장서서 낼 수 있는 판사들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법 부장판사는 “판사들도 정권이 무섭고 사법부 내 정권 친위대가 두렵다고 생각해 입을 닫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매우 큰 문제이지만, 판사들은 사건을 지켜본 뒤 신중히 입장을 표명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다수 판사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위상과 법관들의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냈다는 점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거취 문제를 외면한다 해도 사법부가 입은 상처는 적지 않을 거란 뜻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원 가족 여러분’이라며 법관들을 불러온 것이 김 대법원장 아니었나”며 “그런데 실상은 외부인이 구성원을 한 대 쥐어박으려 하는데 그를 붙잡아 팔을 뒤로 꺾은 뒤 때리라고 내주는 꼴”이라는 말로 대법원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마체고라 대사 사망
    마체고라 대사 사망
  2. 2김은중 감독 책임
    김은중 감독 책임
  3. 3박소희 하나은행 5연승
    박소희 하나은행 5연승
  4. 4프로농구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5. 5조진웅 이선균 옹호 논란
    조진웅 이선균 옹호 논란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