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이라는 판단을 내놓은 가운데 청와대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 시장 사망 직후인 지난해 7월 야당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청와대는 “인권위의 진상규명 이후 공식적인 입장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 “안타깝다”고만 했을 뿐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25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을 직권조사한 결과를 심의·의결해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피해자 측과 지원단체의 직권조사 요청으로 조사에 착수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인권위는 사건에 대해 “9년 동안 서울특별시장으로 재임하며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한 정치인이었던 박 전 시장이 하위직급 공무원에게 행사한 성희롱”이라고 결론내렸다.
인권위는 특히 “박 시장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서울대 교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여성 인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젠더(gender·성) 정책을 실천하려 했기에 그의 피소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은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국가기관으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을 마지막 기회라며 조사결과를 기다려왔다.
앞서 5개월여간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증거 부족으로 불기소(혐의 없음) 처분했다. 반면 박 전 시장 비서실 전 직원의 성폭력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
이처럼 경찰과 법원에서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엇갈린 판단이 나오는 동안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남 의원은 물론 민주당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기한으로 지목했던 인권위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만큼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차원의 입장 표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23일 기자들을 만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실규명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진상규명 작업의 결과로 (사실) 확정이 되면 뚜렷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고위공직자의 성 비위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이고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란 것은 청와대의 원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강조해왔던 만큼, 직접 입장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박원순의 죽음과 관련해 명확한 태도를 표명해달라”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정확한 의견을 내달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박 전 시장은 19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2년 사법연수원(12기)을 함께 수료했다. 문 대통령은 박 시장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박 시장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참 오랜 인연을 쌓아온 분”이라며 “너무 충격적”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빈소에 조화를 보내 유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편 야당과 시민단체의 사과 및 사퇴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던 남인순 의원은 인권위 조사결과 발표 다음날인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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