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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가 '친엄마'와 행복할 순 없었을까

머니투데이 남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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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양기관서 친부모와 '양육 지원 상담'을 하는 한계…"입양 보낼 거라 했던 엄마, 상담 후 잘 키우기도"]

정인이란 이름은 친엄마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입양된 뒤 다시 생긴 이름은 율하였다. 정인이 친모는 어떤 사정 때문에 입양을 보냈다. 정인이는 정인이로 태어나 율하로 숨졌다. 양모의 아동학대 때문이었다.

그저 정인이로 크며 사랑 받을 순 없었을까. 안타까운 결과만 보고, 섣불리 친모양모를 가르고자 함이 아니다. 잘 키우는 양모도 많고, 못 키우는 친모도 많으니. 다만 입양을 보내기 전, 가능한 원가정에서 잘 자랄 순 없었을지에 대한 고찰이다.

예컨대, 친엄마가 당장 키우기 어려웠다면 필요한 지원을 받게 하며 돌보게 할 순 없었을지. 이를 위해선 어떤 걸 바꾸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거다.


은비와 가은이의 이야기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여기, 두 사례가 있다.

2016년 얘기다. 은비 엄마는 17세 미혼모였다. 엄마는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어린이집에 24시간 맡기고 생계를 위해 일했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다.

은비에게 미안했다. 엄마는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21개월이 된 은비를 입양 기관에 맡겼다. 아이는 두 번째 입양 전제 위탁 도중, 양부모 학대로 사망했다.


가은(가명) 엄마는 고2 때 임신했다. 아이를 입양 보내려 했다. 청소년 부모를 돕는 선생님이 이유를 물었다. 가은 엄마는 "꿈이 있어서요"라고 했다. 무슨 꿈이냐 물으니 "네일 아트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은 "네일 아트를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입양 보낸 뒤 아이가 겪을 심리적 혼란에 대해서도 얘기해줬다. 그러니 '내가 널 버리지 않았어'란 내용의 편지를 써서 입양갈 때 함께 보내주라고 했다. '널 너무 어린 나이에 낳아서,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말이다.

입양을 보낼 거라 생각했던 엄마는, 가은이를 잘 키우기로 했다.



입양 기관이, 친생부모와 상담하게 하는 것





현행법(입양특례법 제13조)은 친생부모가 입양을 신청하러 왔을 때, 충분한 상담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상담하는 주체가 입양기관인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입양기관은 더 많은 입양을 보내는 게 목적이므로, 친생부모가 키우게 하는 것보단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 사례를 들었다. 당시 입양기관들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된 뒤 헌법 소원을 냈었다. 그러자 헌재는 판결에서 "입양기관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을 운영할 경우, 자녀 양육보다 손쉬운 입양을 미혼모에게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각했다.


"양육 지원 제도를, 입양기관이 잘 알까요?"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친생부모 상담을 진행하더라도, 입양기관에서 양육 지원을 위해 얼마나 잘 안내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다.

입양하기 전 친생부모 상담에선 직접 아이를 키울 경우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상세히 알려줘야 한다. 청소년 미혼모 등이 학업이나 취업 준비 등을 이유로 단기 지원이 필요한 거라면, 아이를 키우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다.

청소년기에 부모가 된 이들 중 입양을 결정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들은 정보조차 너무 없다. 그러니 입양을 선택하는 것. 입양은 입양기관서 알아서 해주지만, 양육은 일일이 다 찾아봐야 해서다. 임신한 뒤 병원갈 돈도 없어 연락오는 청소년들이 부지기수이고, 서너 번씩 낙태하는 경우도 많단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팀장은 "양육 상담을 할 땐 집 상태가 어떤지, 그럼 주거 신청을 뭘 해야하는지, 긴급 생계비와 기초 생활 수급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꿰고 있어야 잘 알려줄 수 있다"며 "입양 기관에서 양육 상담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제도조차 잘 모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담과 아동보호, '공적체계'에서 맡아야


그러니 민간인 입양기관이 아니라, 정부·지자체 등 공적체계서 입양 전 상담을 맡아야 한단 보완책이 나온다. 원가정 보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유 팀장은 "공공에서 친생부모 상담 역할을 맡으면, 아이를 원가정서 더 많이 키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친생부모가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어서다.

또 국가가 맡으면 대외적인 눈치를 보느라 해외 입양 보단 친생부모 지원 방안을 고민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대책들이 더 많이 나올 거라 했다.

"열달 동안 정인이를 뱃속에 고이 품었다가 정인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친생모. 그가 자신이 양육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고, 그동안 아이를 맡아 키워줄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정인이는 가정위탁 등의 일시보호를 받다가 다시 친생모의 품으로 돌아가서 사랑받는 아이로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른들이 부족하여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슴을 칩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및 14개 단체 기자회견 中)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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