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4일 징역 20년형이 최종 확정됐다. 사진은 2017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김영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원심 확장 판결을 받으면서 특별 사면 요건을 갖추게 되자, 정치권은 사면 적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여당에서는 사면을 둘러싼 여러 이견이 나오고 있고 야당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 차원에서 사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날(14일)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로 이미 확정된 징역 2년을 합쳐 모두 22년의 형기를 마치는 2039년에야 만기 출소할 수 있다.
형을 선고받게 된다면 사면 요건이 갖춰지므로,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을 두고 또다시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는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그리고 그에 대해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국민 통합` 차원에서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주장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측에서는 사면을 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은 사면을 결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당사자의 반성을 요구하는 여권과 지지자들의 협량에 대통령은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국민통합, 나라의 품격과 미래만 보고 결단하라"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이라는 초사법적 권한을 부여한 의미를 생각해 보라. 사법적 결정을 넘어서 더 큰 대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사면이라는 고도의 정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당 김기현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건 없는 사면이 국격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 의원은 "군사 반란과 비자금 사건으로 2년여 수감됐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례와 견주어 보더라도 과한 측면이 있다"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올해 80세, 박 전 대통령은 69세다. 수감시설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자기 목적을 위해 어느 때인가는 사면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면은 빠를수록 좋다"라는 입장이다. 이날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됐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민주주의와 법질서를 바로 세우며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경찰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반면 더불어민주당 여론은 사면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면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솔한 반성과 사과에 기초한 국민적 동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사면이 추진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박 전 대통령 최종 선고가 내려졌다. 이제 사면을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므로 보수진영을 포함한 사면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이낙연 대표가 먼저 꺼내 든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은 "사면을 찬성하는 이유가 '국민 통합'이라는데 그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없다"라며 "반면 사면을 반대하는 이유는 법 앞에서의 평등, 역사 앞에서의 정의, 현 정권에 대한 정당성 문제 등 수도 없이 많고 구체적이며 정당하다. 박근혜 사면하면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도 사면할 것인가? 추운 겨울 몇 시간을 달려와 촛불을 든 국민들은 뭐가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국민적 동의 없는 사면은 불가능하다. 사면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낼 필요가 없다. 즉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를 전제로 국민들의 의사를 보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된다"라며 확고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두 전직 대통령을 섣불리 용서해서는 불행한 전직 대통령의 역사를 결코 끝낼 수 없다"라며 "우리 근현대사엔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를 제대로 단죄했던 경험이 없다. 개개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는 것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대통령직의 책무를 방기했던 인물을 처벌하는 건 별개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최근 전직 대통령 사면론 논란이 일면서 국정농단에 부역하고 동조했던 세력들이 정치 보복을 운운하면서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사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국민 통합은커녕 또다시 양극단의 국민 분열만 부추길 뿐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까지 청와대는 사면 가능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징역 선고 이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직 대통령이 복역하게 된 불행한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저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관련) 별도의 말씀을 듣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사면 논란이 재점화되며, 오는 18일 예정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은 기자 youngeun9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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