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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조사단 사퇴했던 박준영 “적법절차는 법치주의 본질”

조선일보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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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사건’ 조사에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13일 “기본권 제한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적법 절차는 법치주의의 본질”이라며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비판했다. 재심(再審) 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얻은 박 변호사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출금(出禁) 공문서 조작 및 은폐 의혹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진상조사단에서 자진 사퇴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의 재심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의 재심을 대리한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헌법에서 공무원의 책무와 신분보장을 선언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해 공무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관련 문제는 공무원의 역할인 ‘법치주의 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기본권 제한은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적법절차는 법치주의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했다.

앞서 법무부가 2019년 3월 23일 새벽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금시킬 당시, 김 전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 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된 이규원 검사가 출금 요청·승인 서류에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가짜’ 사건번호와 내사번호를 기재하는 등 사실상 ‘공문서 조작’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전직 고위공무원(김 전 차관)이 심야에 국외 도피를 목전에 둔 급박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법무부의) 정의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업무처리였다는 주장은 출금 요청 당시 강조된 김 전 차관 혐의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놓고 보면 무리한 주장”이라며 “법원에서 모두 무죄와 면소(공소시효 완성) 판단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사업가 최모씨에게 2000~2011년 현금, 차명 휴대전화 사용료 등 약 4300만원을 받은 게 뇌물로 인정돼 징역 2년 등 일부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13차례 ‘별장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면소(免訴) 판단이 나왔다. 면소는 공소시효 만료에 따라 유무죄를 가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걸 말한다.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이 1심 무죄, 2심 일부 유죄를 받았다”며 “일부 유죄를 받은 혐의는 출금 당시 문제되지 않았던 혐의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유죄를 받은 혐의는 김 전 차관을) 일단 잡아놓고 수십 명의 검사와 수사관들이 이잡듯 뒤져 찾아낸 혐의였다. 당시 별건 수사였다는 지적이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김 전 차관 출금 조치를 내리는 데 쓰였으나 결국 1심과 2심에서 면소 판단을 받은 혐의(별장 성 접대 등)에 대해 법무부가 ‘급박하고 불가피한 사정’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 무리하다고 박 변호사는 본 것이다.

그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운명적으로 관여하게 된 일부 공무원들이 참 딱하다”며 “헌법이 보장한 법치주의 그리고 직업공무원 제도의 관점에서 김 전 차관 문제를 고민해보자”고 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김 전 차관의 구속에 대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권력의 의지와 여론의 압력으로 집요하게 파고 또 파서 사람을 잡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 ‘정의의 실현’이라기보다 ‘무서운 세상을 본 충격’으로 먼저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로 봤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진상조사단에서 1년 가량 일했다”며 “이런 위험한 일에서 비켜 서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좀 더 일찍 그리고 분명하게 일을 처리했다면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단 활동 이후 주변 사람이 많이 떠나갔다. 나의 부족한 배려로 떠나보낸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김 전 차관 문제로 계속 글을 쓰는 게 부담. 발을 담글 때 신중했어야 했다”고 했다.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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