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주상돈 기자,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가 2년 연속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저물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추이를 보면 소비와 투자 여력은 남아있는데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경우 저물가를 주도한 개인서비스 수요가 강하게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7% 상승에 그치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3%) 이후 21년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0.4% 상승했다. 이 역시 1999년(-0.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장바구니 물가만 올라…서민들 '시름'= 올해 물가의 가장 큰 특징은 농축수산물, 장바구니에 담기는 식재료 가격은 크게 뛰면서 물가 하락폭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어류ㆍ조개ㆍ채소ㆍ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의 경우 전년 대비 9.0%나 뛰었다. 2010년(21.3%)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실제 서민들은 '저물가'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0.4% 상승해 지난해(0.2%)의 두 배에 달했다.
품목 성질별로 추이를 보면 전체 상품(0.9%) 가격 상승 역시 농축수산물(6.7%)이 주도했다. 2011년(9.2%) 이후 최고치다. 특히 배추(41.7%), 양파(45.5%), 고등어(12.8%), 돼지고기(10.7%) 가격이 수요 증가 또는 생산 감소 등의 여파로 뛰었다. 전체 서비스(0.3%)나 공업제품(-0.7%) 가격변동 추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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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우려 고개…코로나19 추이 따라 강한반등 가능성도= 내년 물가 상승률이 반등할 지 여부는 사실상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 안팎을 오가는 최근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 초에도 소비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정부가 돈을 전례없이 많이 풀었음에도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로나19에 경기, 소비가 위축되면서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주식 시장들에만 쏠리고 내수 시장에선 돈이 안 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물가의 관건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소비는 폭발적으로 늘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0%대의 저물가 상황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가격 상승 추세로 미뤄 봤을 때,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기우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은 어떠한 물건도 살 기운이 없어 자꾸 뒷걸음만 친다는 의미"라면서 "그러나 현재 한쪽(주식, 부동산)에서는 자산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히려 내년에 공급 요인의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면서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자산가격이 뛰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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