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재판날 김명수 부른 문대통령…"'열난다' 해서라도 가지말았어야"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안채원 기자]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2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 등을 만나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인한 갈등'을 언급하며 각별한 관심을 부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청구 집행정지 신청 심문일이 열리는 날 징계권자가 사법부 수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데다 발언 자체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초청 간담회를 열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바이든행정부 출범에 따른 남북 대화 전망도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로 요즘 권력기관 개혁 문제로 여러 가지 갈등들이 많다"며 최근 검찰개혁 입법 완수 및 윤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갈등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오후 윤 총장이 정직 2개월 처분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 심문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은) 헌법 정신에 입각한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발전시킬 좋은 계기”라며 “당장은 그로 인한 갈등이 있으나, 이를 완전한 제도로 정착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달라"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을 만나 윤 총장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같은 발언은 부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칫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청한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를 재가해 집행한 징계권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징계를 재가하면서 "검찰이 바로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집행정지 신청에 나서면서 사실상 문 대통령의 징계 처분에 반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윤 총장 측 역시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대통령의 처분'에 대한 소송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행정부 수반으로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당연히 윤 총장 재판에 대한 압박 의도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모임"이라며 "대법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열난다고 해서라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일침했다.

한 검찰 간부는 "대법원장에 헌재소장, 현직 대법관인 중앙선관위원장까지 불러 코로나 대책을 논의한다더니 권력기관 개혁으로 인한 갈등을 걱정했다"며 "윤 총장 사건 재판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못알아들을까봐 굳이 권력기관 개혁 이야기를 꺼낸 것 아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박민식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윤 총장이 언론사주를 우연히 만난 걸로 징계청구를 당한 거와 비교하면 김 대법원장은 비난 가능성이 훨씬 높아 징계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마치 대통령이 '대법원장도 내 부하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장면으로 오해가 생길까 우려된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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