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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尹총장 큰 기대’ 신임했던 文…17개월 만에 완전히 갈라서

동아일보 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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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검찰총장 징계]文대통령-윤석열 ‘애증의 4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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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롤러코스터 같던 애증의 4년이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징계안을 재가하자 여권에선 이런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건네며 “우리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한 지 1년 5개월 만에 두 사람이 더 이상 정치적으로 함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동대구역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2015년 10월 23일 동대구역 플랫폼.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서울행 KTX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통령을 알아본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이 인사를 건넸다. “윤석열입니다.”

이른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돼 대구고검에서 일하던 윤 총장도 주말을 앞두고 서울로 가려던 참이었다. 문 대통령도 “고생이 많습니다”며 인사를 건넸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이다. 이 짧은 만남 이후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여러 차례 정계 입문을 제안했지만 윤 총장은 끝내 고사했다.

#2017년 5월, 청와대 춘추관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윤석열 현 대전고검 검사.”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지 열흘째 되는 날, 윤영찬 당시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중앙지검의 최대 현안인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하게 수행할 적임자를 승진 인사했다”고 발표했다. 당사자인 윤 총장조차 “너무 벅찬 직책”이라고 할 정도의 파격 인사였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구속 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수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진두지휘하는 등 적폐청산의 최선봉에서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약 2년 뒤인 2019년 6월,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검찰 수장으로 지명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며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와 함께 기념촬영도 했다.

#2019년 9월, 법무부 청사


“강제 수사를 경험한 국민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2019년 9월 24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은 퇴근길에 이렇게 말했다. 그 시각,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조 전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었다. 미국 뉴욕에서는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여권이 “윤 총장과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고 결심한 순간이 바로 이때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나라가 검찰 것이냐. 해도 너무한다”며 격분했다.

문 대통령이 “인권을 존중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검찰은 이른바 ‘조국 의혹’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2020년 10월, 국회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 총장은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윤 총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내년 7월까지인) 임기 동안 소임을 다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1월 취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 등 다양한 압박을 펼쳤지만 윤 총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 등을 이어갔다. 현 정부 주요 인사들과 핵심 정책을 겨냥한 수사다.

결국 추 장관은 논란 끝에 징계위원회를 소집했고, 문 대통령은 16일 추 장관이 제청한 징계안을 재가했다. 17개월 전에는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이날은 징계안을 재가한 문 대통령은 “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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