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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월성원전 수사' 정치권 압박에 전면전... 산업부 공무원 3명 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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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땐 수사팀 와해 우려" 강공 모드
"증거인멸 막으려 영장 불가피" 분석도
영장 기각되면 "징계위 앞두고 무리수"
여권 "정치 수사·검찰권 남용" 맹비난
한국일보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자신이 공들인 '원전 수사'와 관련해 2일 구속영장 카드를 꺼냈다. '정치적 의도'가 담긴 수사라며 윤 총장을 압박했던 청와대와 여권에 대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다. 법무부 징계위원회 개최를 이틀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윤 총장의 강공 모드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이날 형법상 공용서류 등 무효(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및 주거침입(방실 침입),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A(53)씨 등 산업통상자원부 국ㆍ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 등은 감사원이 감사를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경 월성 원전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ㆍ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A씨의 부하직원들은 지난해 12월 2월 감사원 감사관 면담 일정이 잡히자, 전날 오후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월성 원전 관련 자료 444건을 지운 것으로 조사됐다. 중요해 보이는 문서의 경우, 복구해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한 뒤 없애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월성 원전의 경제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도록 방해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윤 총장의 업무 복귀 이튿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검찰의 영장 청구는 윤 총장이 ‘청와대를 겨냥한 정치적 수사’라는 여권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원전 수사’를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및 청와대에선 감사원의 명시적 고발이 없었는데도, 윤 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일주일 만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급기야 영장 청구까지 이어지자 윤 총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자 "명백한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윤 총장을 맹비난했다.

윤 총장이 이처럼 정치적 행보를 이어간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강공책을 택한 배경에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해임 등의 중징계 결정을 받을 경우 수사팀 자체가 와해되거나 수사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이 물러나게 되면 친정권 인사로 채워진 대검 지휘부에서 수사를 뭉갤 수 있다. ‘외풍은 내가 막을 테니 수사팀은 앞만 보고 가라’며 밀어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검찰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 중인 지난달 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에서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선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원전 수사'의 상징성을 감안해 윤 총장이 강공책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평소 윤 총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온 여권에선 ‘윤석열이 임계치를 넘었다. 수사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특히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휴대폰을 압수수색, 최종 타깃이 원전 주무 부처를 넘어 청와대라는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여권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윤 총장도 정치권의 이런 부정적 기류를 알고 있기에, 한때 수사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윤 총장은 직무배제 기간 밀렸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대전지검의 영장 청구 의견에 대한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지검은 지난달 16일 감사방해(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산업부 직원들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지만, 윤 총장은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감사방해 혐의만으론 구속사유로 부족하니 보강수사를 통해 완성도를 높이라는 취지였다. 윤 총장은 이후 여러 차례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통화하면서 수사지휘를 했다. 윤 총장과 친분이 깊은 검찰 간부는 “검찰이 정부 정책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윤 총장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 총장이 강공책을 택한 배경에는 수사논리상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대전지검이 산업부 국ㆍ과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검토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상황에서 피의자들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미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사를 통해 수사 중인 사안이 알려졌고, 게다가 영장 청구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에 신병을 확보하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영장 청구 의견이 보도되고 보름가량 지났기 때문에 총장으로서도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윤 총장이 처한 상황 때문에 수사가 정치적으로 읽히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검찰청 고위 간부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지휘하고 있으니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결정과 무관하게 수사는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총장의 영장 청구 카드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다면, 4일로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윤 총장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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