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기자의 '북한 잠입 취재' 직접 보니…

영국 BBC가 북한에 8일간 잠입 취재를 한 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원 파노라마- 북한 잠입 취재기(One panorama-North Korea Undercover)를 15일(현지시간) 방송했다. BBC 뉴스 캡처

영국 BBC 기자의 평양 잠입 취재가 논란이 된 가운데 잠입 취재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예정대로 방송됐다.

BBC의 '원 파노라마(One Panorama)'는 15일(현지시간) 오후 8시30분께 '북한 잠입 취재(North Korea Undercover)' 리포트를 방송했다. BBC는 이에 앞서 북한 잠입 취재 리포트를 2분30초 분량으로 압축해 수차례 뉴스를 통해 예고 방송도 내보냈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이번 잠입취재의 주축이 된 BBC 소속 기자 존 스위니는 북한의 실상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스위니는 북한에 도착하기 전 비행기 안에서 "나는 지금 낯선 국가인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로 신분을 속여 북한 내부 취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상은 시종일관 불안하게 흔들리며 잠입취재의 현장을 실감나게 전달해준다. 스위니는 북한 평양시내 곳곳의 촬영을 시도했지만 군 병력이 많은 시내는 촬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BBC는 평양의 한 금속가공 공장의 모습도 공개했다. 단조로운 2층 건물인 이 공장의 외벽에는 '선군 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라고 적혀 있다. 스위니는 이 공장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방문할 당시 공장이 휴일이라 가동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기발전기를 만드는 공장도 볼 수 있었다. 스위니가 이 공장의 사무실이라고 소개한 곳을 살펴보면, 사무실 벽에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크게 그려진 그림이 있다. 스위니는 "갑자기 공장에서 정전이 발생해 내부를 잘 살펴볼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공개됐다. 황량한 거리 한복판에 북한 주민이 털옷을 입고 쭈그려 앉아 있는가 하면 물이 말라붙은 강가에서 북한 여성이 빨래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스위니는 "현지 가이드가 북한 주민들을 무단으로 촬영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내가 가난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찍으려고 하자 '노 포토스!(No Photos!)'라고 외치며 흥분했다"고 했다.

북한에서 가장 큰 병원의 내부도 공개됐다. 스위니는 "가이드가 북한에서 가장 큰 병원을 구경시켜줬지만 이상하게 허전한 부분이 있었다. 엑스레이 촬영기나 CT 촬영기 등 의료기기는 갖췄지만 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스위니가 북한의 의료진에게 "왜 환자가 없느냐"고 묻자 의료진은 "오전에 병원이 문을 열 때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답했다.

스위니는 북한 잠입취재를 하면서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며 자신의 휴대전화 화면을 공개했다. 공개한 화면에는 한국 통신사인 KT 올레의 통신 신호가 잡힌 모습이 보였다. 당시 스위니가 있던 곳은 개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스위니는 "북한은 군사대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군사대국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면서 리포트를 마쳤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위니 등 BBC 기자 3명이 신분을 속이고 런던정경대 학생 방문단에 끼어 북한을 잠입 취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존 스위니는 1980년 런던정경대를 졸업했는데, 이 학교 강사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현재 박사학위를 이수중인 학생으로 속였다.

영국 언론들은 허가받지 않은 언론매체의 취재를 금지하는 북한에서 신분을 속인 잠입 취재가 발각됐다면, 동행했던 학생들의 신변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BBC를 비난했다. BBC 측은 북한 방문 전 학생들에게 기자 동행사실을 두 차례 알렸다고 해명한 후 예정대로 방송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