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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용의 현장에서] ‘윤석열 징계’를 검찰개혁이라 말하려면

헤럴드경제 안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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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을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일은 꽤 상징적이었다. 인사청문회 막판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던 터라 윤 총장을 향한 각별한 언급은 더 애틋한 데가 있었다. 미완의 적폐청산을 완성형으로 바꾸자는 신뢰의 주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을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일은 꽤 상징적이었다. 인사청문회 막판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던 터라 윤 총장을 향한 각별한 언급은 더 애틋한 데가 있었다. 미완의 적폐청산을 완성형으로 바꾸자는 신뢰의 주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1년4개월이 지난 지금 윤 총장은 앞으로 며칠이나 더 임기를 이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서울중앙지검장에 전격 발탁되며 수사를 이끌던 ‘적폐청산의 아이돌’은 어느덧 그 자신이 청산 대상이 됐다. ‘님’이 ‘남’으로 바뀌는 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총장에 취임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사건을 비롯한 현 정권 수사를 시작한 이후 여권에 미운털이 박혔고, 올해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줄곧 내몰리다가 급기야 해임 직전 상황에 놓였다. 추 장관은 ‘판사 사찰 의혹’ 등 6개 징계청구 사유를 언급하며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윤석열 축출 작업’이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진행되는 사이, 기존에 확립된 규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물론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사사건건 부딪친 윤 총장을 겨냥해 역대 한 번 발동됐던 수사지휘권을 불과 석 달 사이 두 차례 발동했다.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규정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법조계와 학계의 비판은 고려되지 않았다. 급기야 대검찰청 감찰부에 윤 총장에 대한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직접 지시하면서 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 수사의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속속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반복 강조되는 것이 검찰개혁인데, 검찰개혁이 적법절차와 ‘동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절차 위반 논란을 낳는 윤 총장 징계 추진은 역설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여론의 정치적 지지만 더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만들었다. ‘사상 초유’라는 말의 반복 속에 윤 총장은 헌정사상 가장 유명한 검사가 됐고,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까지 오르내린다.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윤 총장 찍어내기’가 되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본질적으로 위협하는 셈이다.

윤 총장을 징계하는 일이 진정한 검찰개혁의 일환이라면 감찰과 징계, 나아가 수사의뢰 등 모든 과정이 적법하고 공정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에 대해 헌정사상 첫 파면 결론이 났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극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던 건 적법절차에 따라 진행됐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요체는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라 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윤 총장 징계가 검찰개혁을 과대 대표하는 사이 시스템은 붕괴되고 누구도 편치 않은 상황이 됐다.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은 적잖이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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