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승무원 A씨는 지난해 결혼했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정리해고 대상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는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항공업계의 현실이 이스타항공 퇴직자들의 미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됐다. 이스타항공 사태는 진행형이다. 올해 초 1600여 명에 달했던 직원 중 남은 인원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은 국회 앞 농성장에서 보이지 않는 희망을 품고 혹독한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 |
지난달 농성장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찾아왔다. 이달 1일에는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과 박홍배 최고위원이 방문했다.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최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정치권의 관심에서 더 멀어졌다. 9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요구는 공허한 외침이 됐다. 책임을 질 회사도, 중재할 정부도, 조언할 정치권도 없어서다.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은 “이상직 의원의 탈당 앞에서 향후 대처를 주목하겠다고 밝힌 이낙연 대표는 2개월째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면담 요구에 묵묵부답”이라며 “노조를 만나겠다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재무적인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항공업과 해운업이 주요 대상이었던 기간산업안정기금에 이스타항공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약속했던 저비용 항공사(LCC) 지원 방침에서도 제외됐다. 총 차입금 규모가 5000억원이 안 되는 데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자본잠식 상황이었다는 이유로 국토부는 자구노력의 선행만 강조했다. 매각도 난항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정리해고를 바탕으로 조직을 슬림화해 전략적 투자자를 확보하고 회생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라도 기반의 건설사가 인수 의향을 밝혔다는 소문만 돌았을 뿐, 가시적인 결실은 없었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여당이 소극적이라는 비난도 여전하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을 헌납했다고 밝힌 대목도 구체적인 조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는 남은 노동자들과 회사를 떠난 이들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의 길목에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부 지원과 사측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가능성도 희미하다.
빅딜이 사라진 자리에 빛은 없었다. 그래서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나서기는커녕 해결책 하나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는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의 말이 더 공허하게 들렸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노동존중사회’,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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