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시민들이 퇴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후배 직원과 큰 말 다툼을 했다. 식사를 하며 우연히 본 TV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다룬 뉴스를 봤는데, 각자 생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가족과도 정치적 얘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직장은 더 그런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아예 입을 닫고 살라는 건 좀 이해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정치적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정치적 의견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고 각종 의견을 나누며 대화하는 것은 과거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있었지만, 극한 갈등을 이어가는 추 장관과 윤 총장 사례는 그 갈등의 수위 만큼이나 쉽게 얘기할 수 없다는 게 일부 직장인들의 토로다.
직장인들은 대화 주제로 정치 얘기를 할 수 있다면서도 너무 민감한 주제는 피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30대 회사원 김 대리는 "무엇을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에서는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을 넘으면 결국 서로 감정이 상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피곤해진다"고 덧붙였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대화'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441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말하기 구사능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5.6%가 '대화 기술은 업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했다. 직장안에서 이뤄지는 여러 대화로 인해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도 있고, 업무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응답자의 47.4%는 직장 생활에서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이 꼽은 직장생활 의사소통시 가장 하기 어려운 말로 '부당하지만 일단 YES라고 해야 하는 긍정어'(40.5%, 복수응답)를 택했다.
이어 '지혜롭게 거절하는 거절어'(36.4%), '인맥 확산 및 승진을 위한 정치어'(26.6%), '팀 및 회사분위기를 주도하는 유희어'(16.9%) 등의 순이었다. 또, 10명 중 7명은 직장에서의 대화를 더 잘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코칭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좌)과 윤석열 검찰총장(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문제는 민감한 정치 뉴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일어날 수 있는 의견 대립이다.
40대 이 모 과장은 "업무와 무관한 대화에서는 각자 자유로운 생각이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다르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 얘기로 다투는 것은 생산적이고 그 이외에 대화는 그냥 가볍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회사가 정당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직장인들은 이 과장 생각과는 달리 '할말은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추미애, 윤석열 갈등이 연일 뉴스가 되는 것은 가장 큰 뉴스라서가 아닌가, 이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사회 구성원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얘기도 못하는 것은 그 조직이 너무 경직된 회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직장인이 월급쟁이라지만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이런 가운데 미국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은 직장에서 정치 문제로 의견 충돌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11월 인사관리 컨설팅 기관인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SHRM)가 미국 직장인 522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결과 응답자 42%는 직장 내에서 정치적인 의견 충돌을 직접 경험했고 44%는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34%는 자신들의 직장이 정치적으로 다른 관점에 대해 포용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12%는 정치 성향에 따른 편견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6%는 최근 4년간 일터에서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게 예전보다 더 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한 4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정치적 의견 충돌로 직장 동료와 서먹해졌다고 털어놨다. 박 씨는 "술자리에서 회사 얘기나 정치를 주제로 자주 대화하는데, 최근에는 윤 총장이나 추 장관이나 너무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어 이를 주제로 자연스러운 말을 못하는 것 같다"면서 "직장 동료와 오래 지내고 싶으면 그냥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정치적 의견 대립으로 인한 갈등에 대해 "정치적 의견 표명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업무 배제 등 직장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 관련 규정에 의해 징계 등을 받을 수 있으니, 이를 염두하고 직장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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