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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선(先) 추미애, 후(後) 윤석열”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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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뉴스인가. 혹은 무엇이 뉴스가 아닌가. 제가 전달하고 싶은 뉴스는 무엇이고, 시청자와 독자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는 뉴스는 무엇인가. 미국인에게는 무엇이 뉴스이고, 한국인에게는 무엇이 뉴스인가. 전달해드리고 싶은 뉴스가 열 개 스무 개쯤 된다고 해도, 정곡(正鵠)을 찌르는 뉴스는 단 한 개로 요약될 수 있다고 본다. ‘정곡’이란 무엇인가. 활쏘기를 할 때 과녁의 정중앙을 뜻한다. 오늘 하루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도 그 작동 요인들을 지배하는 정곡이나 아킬레스건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뉴스가 많지만, 그 저변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모든 것이 ‘추미애 사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1월초 추 장관이 임명된 지 11개월이 다 돼가지만, 추 장관으로부터 말미암은 여러 가지 난맥상이 그나마 정상으로 가야할 정부 기능들을 뒤틀리게 하고 있다. 이것은 추미애 법무장관이 뉴스의 주인공이란 뜻은 아니다. 추 장관도 피에로일 때가 많고 엑스트라처럼 보일 때도 많다. 추 장관 뒤에 설계자와 실력자는 따로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추미애를 거쳐서 드러나거나, 추미애로부터 시작되거나, 추미애로 귀결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는 ‘김해 신공항’으로는 동남권 항공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고 의견을 모으고 17일 이 같은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이요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국무총리실이 왜 갑자기 나섰을까 하는 점이다. 정세균 총리는 대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잠룡으로 꼽힌다.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가 지난 11월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2년 징역형 유죄 판결을 받아 대선 후보 가능성이 사라진 이후 정세균 총리가 자신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 총리 입장에서는 김경수라는 대선 경쟁자가 낙마했다고 가정할 때, 이제 정 총리가 나설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수순을 밟아가려면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일등공신이 되어야 할 텐데, 그 최대 걸림돌이 추미애 장관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지금 보여드리는 이 사진은 오늘 한 신문사 앱에서 화면 캡처를 한 것인데 즉석 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보느냐?”하고 물었다. 대답은, “추 장관 책임이다”, 93%, “윤 총장 책임이다”, 4%, “둘 다 비슷하다”, 2%로 나와 있다. 93%가 추 장관 책임이라고 본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의 열에 아홉이, 아니 거의 모든 국민이 추 장관 탓이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달리 말하면 정 총리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태로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치르면 여당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인데, 그 걸림돌이 추 장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돼가고 있고, 선거를 제대로 치르려면 그 걸림돌을 빼내야 할 텐데, 그 역할을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하지 못하니 정 총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 총리는 지금도 매주 월요일 점심 때 문재인 대통령을 정례적으로 만나 밥을 먹으면서 국정 전반에 관한 생각들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따로 불러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무위원인 추 장관, 그리고 ‘국가기관 검찰’의 수장인 윤 총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강력하게 건의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정 총리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전선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신문방송을 온통 도배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이 해결사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지난주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그리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분명히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며 협박에 가까운 글을 올렸다. 여당 의원이 감히 감사원과 검찰을 향해 ‘경고한다, 선을 넘지 말라’, 고 했다. 이 정권의 실세들은 도대체 끝을 모르고 오만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어떤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이l 있을 때 그가 당선된 뒤 이 공약을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이른바 ‘통치 행위’라면서 밀어붙일 수 있느냐의 정치적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차원을 떠나서 상대편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윤건영 의원의 글에 대해 야당에서는 “경제성 조작 수사하는데 웬 민주주의냐”하고 맞섰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 정치학자인 서병훈 숭실대 교수가 “우리는 민주주의로 포장된 독재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 말이 하나도 그른 게 없다.

그러나 이런 발언들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추미애 장관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자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건영 의원이 나선 것이다. 왜냐하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은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그 칼끝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우선 당장 서울·부산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될 것이 뻔한데, 이것을 추 장관에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추 장관은 지난 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비밀번호 해제의) 이행을 강제하는 법 제정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한동훈 검사를 꼭 찍어서 그를 겨냥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무부 발표는 야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시민의 인권’은 휴대폰의 비밀 보호에 상징처럼 집약돼 있다. 휴대폰이 까 발겨지면 그 사람의 영혼이 털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친정권 단체인 민변과 참여연대조차 “사생활 비밀보장이라는 헌법 취지에 역행”한다면서 정면으로 비판할 정도다. 만약 추 장관 생각대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 우리나라는 ‘인권 파괴’에 앞장 선 나라로 국제 뉴스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 총리의 전략은 무엇일까.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동시에 해임 건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을까. 이것은 이른바 ‘황희 정승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너도 잘못이고 너도 잘못이다, 하는 식으로 양비론적 징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추미애·윤석열 동시 해임’이라는 처방이 국민적 여론의 역풍을 최소화하면서 ‘추미애 사태’를 잠재우는 방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은 엄연히 다르게 보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엄연히 다르다. 앞서 말한 93%의 국민은 추 장관 탓이라고 보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추 장관은 언제든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그 순간 경질할 수 있는 국무위원이다. 그러나 검찰청 법 제12조 3항은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임기 중 검찰총장 경질은 대통령 결심만으로는 부족하고, 뭔가 징계 사유가 있어야 총장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추 장관 역시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문 정권에 대한 약점을 무기 삼아 사임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법무장관·검찰총장 동시 교체’보다는 법무장관을 먼저 바꾸고, 상황 변화와 여론 추이에 따라 검찰총장 사퇴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법무장관 선(先) 교체 이후에 검찰총장 사퇴, 그러니까 선(先) 추미애, 후(後) 윤석열, 이런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망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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