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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행정구역 통합과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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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방에 가 보면 '경축. 시 승격' 이런 현수막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인구 증가 등으로 군에서 시로 승격하는 일이 많았던 시기였다. 특정 행정구역의 인구가 5만명이 넘어가면 시로 승격하면서 작은 규모의 지방자치단체가 많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추세는 1995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을 다시 도농통합시 형태로 묶어내면서 역전됐다. 이때 결정된 지금의 행정구역은 일부 지자체의 통합, 세종특별자치시의 출범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큰 변화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최근 광역지자체 차원의 통합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구광역시와 경북은 지자체의 경계를 허무는 행정통합 방안을 선택해 2022년 7월까지 (가칭)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와 전남 역시 유사한 형태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보다 앞서 경제권 통합을 논의하던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경남은 동남권 메가시티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ㆍ울산ㆍ경남의 통합은 특정 사무만 통합 관리하는 형태의 연합체 성격으로서 대구ㆍ경북 및 광주ㆍ전남과는 다른 형태로 알려지고 있다.

광역지자체 통합논의 본격화
대구·경북 통합 실현되면
인구 510만명…GRDP 165조원

광역지자체의 통합은 통합을 통해 수도권에 비해 위축되고 있는 인구와 경제력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ㆍ경북의 통합이 실현될 경우 인구는 510만명, 지역내총생산(GRDP)은 165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경기(1324만명ㆍ473조원)와 서울(973만명ㆍ422조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광주ㆍ전남 역시 통합이 이뤄질 경우 인구는 328만명, GRDP는 115조원에 이르게 된다. 통합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예산 규모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더욱 광역적 차원의 사업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러한 노력은 실제로 지방의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열악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행정구역은 말 그대로 행정기관이 관할하는 구역을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행정구역은 하천 및 산악 등 자연지형을 기반으로 경계를 설정해 왔다. 한 번 설정된 행정구역은 경제 및 생활의 범위로 간주돼 왔으며 나름대로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 농업사회에는 이러한 경계가 비교적 잘 작동해왔으나 이후 철도 및 도로 등 교통수단과 각종 산업의 발달에 따라 행정구역과 생활ㆍ경제권이 달라지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더 먼 곳에 있는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문제부터 시작해 하나의 아파트 단지가 각기 다른 행정구역에 속함으로써 불편을 겪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곤 한다. 서울 안양천을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한 서울시와 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광명시의 경계는 지극히 복잡하게 얽혀있어 분명 서울이라고 생각한 지역이 광명시이고, 광명시라고 간주되는 지역에 서울시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재산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징수의 단위가 행정구역이기 때문에 경계에 대규모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이를 수직으로 나눠 두 개의 지자체가 각각 관할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하고 있는 광화문빌딩이 대표적이다. 1층부터 11층까지는 종로구, 12층부터 20층까지는 중구가 관할하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안양천,동쪽 서울-서쪽 광명
재산세 비롯 복잡하게 얽혀
광화문빌딩도 종로-중구 관할

최근의 행정구역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기존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과연 이것이 최선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도'라는 존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됐다. 경제와 생활은 이러한 도의 경계를 넘나들어 이뤄지고 있는데 정작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뒷받침과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업의 밸류체인을 따라 기업들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모이면서 새로운 경제권이 만들어지지만 정작 현실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산만 주변 지역이 대표적이다. 아산만을 사이에 두고 경기도 화성시와 평택시, 그리고 충남의 서산시, 당진시 및 아산시가 마주보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석유화학, 철강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의 생산 현장들이 모두 집중돼 있다. 과거 갯벌과 저습지로 이뤄져 있던 이 지역은 간척사업의 주요 대상지였으며 1970년대부터 주요 산업의 입지를 결정할 때마다 단골로 논의되곤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중국의 급속한 성장, 그리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비롯한 교통망의 확충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단순 지역통합은 효과 제한적
산업 연관성 따라 묶어 관리
생활·경제권 고려해 고민해야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이러한 지역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행정구역이라는 틀에 갇혀 정작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를 통해 고용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8년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으나 구체적 활동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최근 경기경제자유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충남 지역이 아닌 경기도 서해안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으로 변화됐다.


만약 아산만을 마주하고 있는 화성, 평택, 서산, 당진 및 아산을 묶어 하나의 새로운 행정구역을 만든다면 어땠을까? 화성과 평택은 수도권이라는 규제에서 벗어나 더 빠르게 성장하고, 서산ㆍ당진 및 아산은 지역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하면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이와 같은 산업중심지만을 묶어낸 행정구역의 신설은 낙후 지역의 발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소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더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행정구역이 영원불변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존재는 결코 아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행정구역 통합논의가 기존 지자체의 통합으로만 그칠 경우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산업적 연관성이 강한 지역들을 묶어내 관리하고, 낙후되어 지원이 필요한 지역을 하나로 통합해 과감하고 체계적 지원을 하는 것이 분명 효과적일 것이다. 광역지자체 간 통합논의를 계기로 전통적 경계의 개념에서 벗어나 생활권과 경제권을 고려한 새로운 행정구역의 창설과 변화를 고민해 볼 시점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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