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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고에도, 클럽 문닫아도... 이태원은 핼러윈 인파로 꽉찼다

조선일보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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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밤 서울 이태원 거리가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인파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차있다. / 오종찬 기자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밤 서울 이태원 거리가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인파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차있다. / 오종찬 기자


31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는 핼러윈데이를 맞아 축제를 즐기러 나온 이들로 가득 찼다. 약 250m 길이의 세계음식거리는 인파로 들어차 골목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데 15분 가까이 걸렸다. 각종 분장을 하고 의상을 차려입은 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상당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클럽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대신 헌팅 포차 등 술집들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밤 10시쯤 ‘바니걸’ 분장을 한 여성 2명이 지나가는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여성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사진을 함께 찍는 시민을 가운데 두고 팔짱을 낀 채 사진을 찍었다. 세종대왕과 내시 분장을 한 남성 2명은 게임 ‘오버워치’ 속 여성 캐릭터로 분장한 여성 2명에게 다가가 “아까 우리랑 사진 찍지 않았냐”며 “많이 힘들텐데 이제 우리랑 술 한잔 하러 가자”며 헌팅을 하기도 했다. 좀비 분장을 한 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좀비처럼 옷을 잡아당기는 등 장난을 쳤다. 좀비 분장을 하고 나온 여성 천모(23)씨는 “오늘을 위해 분장에 3만원을 썼다"며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으면 분장이 금방 다 지워진다”고 했다.

31일 밤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코스튬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오종찬 기자

31일 밤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코스튬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오종찬 기자


이날 이태원 거리에는 이태원 상인연합회가 준비한 특별 방역게이트가 준비됐다. QR코드를 확인하고 게이트를 지나면 체온이 측정되고 소독약이 몸에 뿌려지는 방식이었다. 이 게이트를 지나려는 사람들 50여명이 줄을 서 있었고, 상인회 관계자가 게이트 이용을 촉구했지만 시민 대다수는 그냥 지나쳐갔다. 한 외국인 일행은 술에 취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FXXX 코로나”라고 외쳤다. 인파가 쏟아져나오는 지하철 이태원역 출입구에선 “예수 믿으세요”라며 성경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 상인회가 설치한 방역게이트./오종찬 기자

이태원 상인회가 설치한 방역게이트./오종찬 기자


겨울왕국 ‘엘사’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등으로 분장한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외국인 가족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 걸치고 있었다. 시민들은 아이들을 보며 “너무 귀엽다”며 볼을 만지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태원 일대 순찰을 나온 주한미군 헌병대도 눈에 띄었다. 주한미군이 이날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장병의 외출을 제한했는데, 이를 위반한 장병들이 있는지 순찰에 나선 것이다. 미군 헌병대는 이태원 길거리뿐만 아니라 술집 내부에까지 들어가 순찰 활동을 벌였다.

31일 밤 주한미군 헌병대가 서울 이태원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31일 밤 주한미군 헌병대가 서울 이태원 거리를 순찰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핼러윈 주말인 30일, 31일 서울 주요 클럽들은 대부분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대신 헌팅포차나 라운지바 등에 사람이 몰렸다. 이날 이태원 일대 포차들은 모두 빈 자리없이 사람이 가득 차 있었으며, 대기 줄이 40명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대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대기 줄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분장을 사진을 찍거나 같이 담배를 피면서 마스크 없이 대화하기도 했다.


친구 2명과 함께 핼러윈을 즐기러 나온 남성 유모(31)씨는 “코로나가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출근길 지하철을 타는 것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 나왔다”고 했고,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 분장을 하고 나온 여성 방모(26)씨는 “매년 핼러윈데이때마다 분장을 하고 이태원에 나와 축제를 즐겼다”며 “코로나도 많이 진정된 것 같은데 올해만 못 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고 했다.

서울시와 경찰, 식약처 등으로 구성된 합동 점검반은 핼러윈데이를 맞아 30일, 31일 서울 주요 유흥지역에서 방역수칙 특별 단속에 나섰다. 대부분 업소에서 출입명부 관리, 테이블 간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졌으나, 일부 업소에선 점검반이 위반 사항을 적발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리겠다고 하자 업주가 반발하는 등 승강이도 벌여졌다.

31일에서 1일로 넘어온 새벽 1시쯤 이태원의 약 40평 규모의 라운지바에는 손님 50여명이 뒤엉켜 대화를 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가 있었지만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끌어안거나 귓속말을 하며 대화를 하며 음주를 즐겼다. 테이블간 거리도 1m가 채 되지 않았다. 단속에 나선 서울시 관계자가 “테이블간 거리두기, 이용자간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지적하자 직원은 “테이블은 더 많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뺀 것이고,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막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주방 직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에는 “걔(주방 직원)는 8시간 일하면 7시간 59분을 마스크 쓰고 있는 애인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이런 억지 단속이 어딨냐”며 반발했고, 단속에 나선 서울시 공무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고 신분증 사진을 촬영하기까지 했다. 결국 서울시가 작성한 위반 사항 확인서에 서명을 거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구에 전달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점검반은 31일~1일 새벽 이태원 지역의 음식점과 유흥업소 등 44곳을 단속해 3곳에서 방역수칙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전자출입명부 및 수기출입명부 관리 미흡, 거리두기 위반 등이었다.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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