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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오래된 노트 속 환상의 세계로 떠나볼까

조선일보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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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기예르모 데쿠르헤즈 글·그림ㅣ윤지원 옮김ㅣ지양어린이ㅣ184쪽ㅣ1만7500원


오늘은 이사 날이다. “엄마, 내 친구들은 이제 휴대전화 속에만 남아 있어요.” 로렌조가 살짝 반항해 보지만, “친구들은 네 마음속에 남아 있단다. 저장 용량도 마음이 휴대전화보다 훨씬 크지!” 엄마는 로렌조를 차에 태운 채 낯선 동네로 달려간다. 새로운 집에서 로렌조를 반긴 것은 자그마한 서랍이 주렁주렁 달린 커다란 책상이었다.

차분한 그림책 같기도, 심오한 동화책 같기도 한 이 책은 조용한 소년 로렌조가 책상 구석에서 오래된 노트를 발견하곤 현실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세계로 잠깐씩 떠났다 돌아오는 4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파란 토끼가 야구모자를 쓴 홍학과 둘이서 공던지기를 하다가 청동 전등을 깨트려 혼난 이야기, 핑크빛 도도한 기린이 왈왈 짖는 개한테 물려 까무라치자 마침 근처에 있던 회색 고양이가 필사적으로 병원에 데려가 되살린 이야기, 부푼 꿈을 안고 공장에 취직한 새가 컨베이어 벨트에 다리가 빠져 비명을 지르는 이야기, 생쥐가 성냥갑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다 신비에 싸인 여행자를 만나 비로소 안식을 얻는 이야기가 로렌조의 평범한 일상과 교차해 펼쳐진다.

그림책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의 한 장면. 낯선 집으로 이사를 간 로렌조는 방 한쪽에 놓인 커다란 책상에서 오래된 노트를 발견한다. '로렌조가 창문을 열자 신선한 바람이 방 안을 가득 채웠어요. 로렌조는 노트를 펼쳤어요.' /지양사

그림책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의 한 장면. 낯선 집으로 이사를 간 로렌조는 방 한쪽에 놓인 커다란 책상에서 오래된 노트를 발견한다. '로렌조가 창문을 열자 신선한 바람이 방 안을 가득 채웠어요. 로렌조는 노트를 펼쳤어요.' /지양사


그림책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의 마지막 장면으로, 로렌조가 그레오리오에게 선물 받은 그림 도구로 새로운 희망을 그리고 있다. /지양사

그림책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의 마지막 장면으로, 로렌조가 그레오리오에게 선물 받은 그림 도구로 새로운 희망을 그리고 있다. /지양사


처음엔 그저 재미난 우화로 다가올 뿐이다. 그러나 4개의 환상은 양로원에서 외로이 죽음을 기다리는 한 노인의 삶 축약본. 노트 속 주요 장면을 예쁜 그림으로 그려 선물하는 로렌조에게 노인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림 도구를 선물하는 장면이 훈훈하게 다가온다. ‘자기 안의 어른’에게 말을 거는 로렌조의 이야기는 아마도 그때 시작됐을 것이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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