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아직 임면권자께서 말씀이 없으시기 때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자진사퇴’ 여부를 묻는 의원 질의에 내놓은 답변 일부다. 여기서 임면권자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부당한 정치 공세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상식 이하 언행에도 굴하지 않고 총장으로서 2년 임기를 채우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한다면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혀 청와대의 반응이 주목된다.
윤 총장은 국감에서 “식물총장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범죄자 편지로 수사지휘권도 박탈되는 상황인데 사퇴하라는 압력 아니냐”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 질문에 “임기라고 하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과 한 약속”이라며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자진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참고로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이어 “거취 문제는 아직 임면권자께서 말씀이 없으시기 때문에”라고도 했다. 그간 민주당 의원들이나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마구 몰아붙인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대놓고 나무한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오른쪽)을 임명장 수여식이 열리는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
되레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우리 총장님’ 하고 깍뜻하게 부르며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이 그 말대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수사하자 여권은 완전히 그에게 등을 돌렸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때뿐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문 대통령이 여전히 자신을 신임하고 있다는, 그래서 문 대통령이 뭐라고 하기 전까진 사의 등 거취 표명을 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면권자의 말씀이 있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노무현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초 노 대통령은 전국에 텔레비전(TV)으로 생중계된 ‘검사와의 만남’에서 “나는 지금의 검찰 지휘부를 믿지 않는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당시 검찰총장은 지난 김대중정부 시절에 임명된 김각영 총장이었다. 김 총장은 노 대통령 발언을 ‘그만 물러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 즉각 사표를 제출했다.
자신의 거취 문제에 관해 윤 총장이 ‘아직 임면권자께서 말씀이 없으시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은 결국 공을 청와대, 즉 문 대통령에게 넘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003년 노 대통령이 “현 검찰 지도부를 못 믿겠다”는 말 한마디로 총장을 사퇴시켰을 때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지금의 문 대통령이다. 청와대는 윤 총장이 넘긴 공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까.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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