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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의 입] 청와대가 ‘옵티머스 진실’ 밝혀라

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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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든 수사의 기본 중에 기본이 돈 줄기를 따라가는 것이다. 프랑스의 파리 경시청은 강력 범죄 수사 때 형사들에게 “여자를 찾아라” 이런 명령을 내린다고 하는데 아마 옛날 얘기일 것이다. 남자 범인의 배우자나 숨겨놓은 애인을 찾아내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는 뜻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수사의 기본은 돈 줄기를 찾아내고 돈다발이 흘러 다닌 곳을 밝혀내는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범행이든 돈다발 없이 입으로만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 것이고, 그 돈다발을 찾아가면 그 돈다발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이다. 돈다발은 절대로 자기 혼자 돌아다닐 수 없으며, 돈다발은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에 의해 옮겨 다니는 것이고,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라임 사태’, ‘옵티머스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 행장 같은 사람들 이름이 나오고 있고, 다른 여러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 윤석호 감사 등이 만들었다는 대책 문건에 정·관계·금융계 인사 20명의 이름이 나온다고 하는데, 청와대 최고위급 인사들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적당한 때가 오면 이 사람들의 이름도 전부 공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강기정 전 정무수석의 이름이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법정진술에서 터져 나왔다. 라임 자산운용사의 실소유주인 김봉현 씨가 5000만원을 건넸다고 법정 증언을 한 것이다. 물론 강기정 전 수석은 부인하고 있다. 또 옵티머스 윤석호 감사의 배우자인 서른여섯 살 이모 행정관, 이 여성은 옵티머스 사태의 구린내가 진동하고 있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으며, 옵티머스의 지분 9.8%를 보유한 대주주이면서 나중에는 거짓으로 차명 전환까지 했다. 이 여성 행정관이 별도로 최대 주주였던 셉틸리언이란 곳이 있는데, 이곳은 ‘옵티머스의 돈 세탁소’ 역할을 했다는 것이고, ‘무자본 인수합병’이 복잡하게 이뤄지는 과정에 조폭이 살인사건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수천 억, 수 조 원 돈이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질 수는 없다. 아무리 고위험 자산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투자처가 상장폐지 되어 휴지조각이 되지 않는 한 몇 십 퍼센트 손해를 볼 수는 있어도 갑자기 제로가 되지는 않는다. 라임 사태로 환매 중단된 돈이 1조6000억 규모이고, 옵티머스 펀드 사기의 규모가 1조2000억 원대다. 둘을 합치면 자그만치 2조8000억이라는 거금이 된다. 여기서 수사의 핵심 중에 핵심은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인지, 어떤 정치권의 실세가 개입돼 있는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그런데 올해 5월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자청했다고 한다. 그래놓고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반부패부가 아닌 일반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해버렸다고 한다. 사실상 권력형 비리에는 손대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나 같다. 오늘 조선일보 톱 사설은 제목은 “수사 대상 이성윤에게 ‘펀드 게이트’ 수사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 검찰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지금 당장 특검을 실시하든지, 아니면 그에 앞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돈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국민들께 밝혀야 한다. 옵티머스의 대주주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점만으로도 청와대는 그것을 자체 조사해서 국민들께 보고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라임사태에서 강기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김봉현 전 회장이 지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공개됐다. 이런 대목이 나온다. “ㅇㅇ야. 형이 교회를 왜 다니게써. 인간에 힘으로 안되는 일도 주님께 부탁 드리고 기도 드리면 들어주신다니 ㅋ.” “ㅇㅇ도 알자나 형이 일처리 할 때 경비 아끼는 사람 이등가.” “금감원이고 민정실에도 다 형 사람이여 ㅎ” 자, 여기서 말한 청와대 민정실이 어떤 곳인가. 그곳은 사정기관을 총괄하고 금융업계와 당국을 감시하는 최고 권력기관이다. 그렇다면 라임사태의 주범인 김봉현이 ‘금감원도 민정실도 다 내 사람’이라고 했다면 이 문자에 대해 청와대는 해명해야 한다. 김봉현씨는 또 금감원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파견돼 있던 동향 친구인 김모 행정관에게 5000여만원의 뇌물을 주고 금감원의 라임 검사 계획서를 사전에 빼돌렸다. 김모 행정관은 지난달 징역4년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더더욱 청와대와 금감원은 해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월 검찰이 김봉현의 돈 심부름을 했다는 이강세 전 광주MBC사장의 청와대 출입기록과 CCTV 화면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고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무엇이 지금 ‘국가의 중대한 이익’인지 청와대는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공범관계로 구속 기소된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재현) 대표가 향후에 실형을 받게 되더라도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사면까지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물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을 운운했다는 것이 가능성은 거의 없는 얘기로 들리지만, 그러나 윤석호 이사의 아내인 이모 행정관이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청와대는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옵티머스에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748억을 투자했다. 농어촌공사는 30억을 투자했다. 전파진흥원, 한국전력, 농어촌공사 같은 최소 5곳의 공공기관이 828억원을 옵티머스에 넣었다는 한다. 현재로서는 이 돈을 다시 받아낼 길이 없어 보인다. 옵티머스는 일반투자자에게 모은 돈을 공공기관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거꾸로 공공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냈다. 이런 공공기관의 기금운용을 책임진 간부들이 옵티머스 쪽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거나 아니면 정권 실세 같은 힘 있는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았거나, 혹은 양쪽 다이거나 할 것이란 의심을 하게 된다. 자기 개인 돈이라면 옵티머스처럼 수상한 자산운용사에 돈을 넣었겠는가. 그 돈은 국민 세금이 포함된 공금이었다. 공중으로 사라진 828억, 이 돈은 절대 혈세로 메꾸지 말고, 그 공공기관의 책임자들이 반드시 개인 돈으로 갚아야 한다.

어제 국정감사장에서는 옵티머스의 고문이었던 양호 전 나라은행장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사람이다. 자신의 비서와 통화하며 “김(재현) 전 옵티머스 대표의 차량번호를 보내 달라” “다음 주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을 해준다고 차번호를 알려 달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당시 자기자본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부실 운용사로 분류돼 있는 옵티머스 대표를 금감원이 VIP 대우를 해줬다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이 녹취록에는 양호 전 행장과 경기고 동문이자 함께 옵티머스 고문으로 활동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거론됐다. 이번에는 양호 전 행장이 김재현 전 대표와 통화한 녹취록이다. “이(헌재) 장관,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 사정 봐가면서 하면 되겠네.” 양호 전 행장은 다시 비서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헌재 장관실에 전화해서 ‘찾아뵙고 싶다’고 약속 좀 잡아놓아라.” 최홍식 당시 금감원장도 언급됐다. 양 전 행장은 금감원의 한 조사역과 통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11월2일 최 원장하고 만날 일이 있다.” 최홍식 금감원장은 이헌재 부총리의 고교 후배로 ‘이헌재 사단’으로 불렸던 사람이다.

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는 문재인 정권 출범 첫해인 2017년 가을이었다. 재무건전성 미달 등으로 앞날이 불투명했던 옵티머스가 불사조처럼 살아났다는 것밖에는 드러난 사실이 없다. 그래서 이제부터 그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우리는 사실 라임사태 옵티머스 사태라는 ‘거대한 정관계 펀드 로비 의혹 사건’의 초입에 서성거리고 있는 수준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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