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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소위 ‘학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취임 후 첫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일 총리실 산하 독립특별기관인 ‘일본학술회의’ 회원을 임명했는데, 이 단체가 추천한 후보 105명 중 일본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학자 6명을 임명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다.
야당과 학계가 ‘학자 길들이기’라고 반발한데 이어 여론까지 불리하게 움직이며 ‘허니문’ 기간을 지나고 있던 스가 총리에겐 첫 번째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반대론자 6명 콕 집어 거부아사히신문은 일본 총리실이 연구 단체의 독립성을 보장하던 관례를 깨고, 이 단체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전했다.
일본학술회의가 추천한 후보 6명이 임명에서 배제된 이유는 야마기와 주이치(山極壽一) 일본학술회의 회장이 사전에 총리관저에 찾아가 후보 명단을 상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학술회의는 학자들이 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점을 반성하면서 1949년 설립한 인문학·자연과학자들의 독립적인 학술단체이자, 정부에 정책을 조언하는 법적 기구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단체가 추천한 학자들을 그대로 임명해왔다.
게다가 이번에 임명이 거부된 학자 6명 대부분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시절 일본 정부가 추진한 ‘집단적 자위권’ 반대론자들이다. 학계에서는 ‘학문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스가 총리는 5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학술회의는 정부기관으로, 연간 약 10억엔의 예산을 쓰면서 활동하고 임명된 회원은 공무원 입장이 된다”면서 거부권 행사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부도 6일 ‘총리가 반드시 추천대로 임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아베 시절도 간섭문제는 아베 정권 때도 추천 후보를 2차례 거부했고, 심지어 한 번은 추천 과정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지난 2018년 학술회의가 정년 퇴임으로 발생한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새 회원을 추천했지만, 총리관저가 난색을 보여 결국 결원이 발생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학술회의 사무국은 결원 1명에 대해 2명의 명단을 총리관저에 제출했는데, 관저 측은 상위로 추천한 후보에 대해 난색을 보였다.
학술회의 측은 해명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어 올해 10월 전체 회원의 절반을 교체할 때까지 결원 상태였다.
[지지통신] |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6년에도 학술회의 회원 중 정년을 맞은 이들이 있어 학술회의가 새 회원을 추천했지만, 추천 회원 중 3명 대해 총리관저가 난색을 보여 결국 결원이 발생한 적이 있다.
관저 측은 2017년 학술회의 회원 절반을 교체할 때는 사전 명단 제출을 요구해 학술회의 측은 결국 교체 회원 수(105명)보다 많은 110명 이상의 명단을 제출했다. 사실상 회원 추천에 관여한 셈이다.
이처럼 2차 아베 정권(2012.12~2020.9)인 2016~18년에 매년 총리관저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학술회의 인사에 개입했지만, 당시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다.
비록 아베 전 총리 시절 발생한 일이지만, 스가 총리 역시 해당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아베 정권 7년 8개월간 줄곧 ‘정부의 입’인 관방장관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국민 51% “스가 임명 거부 부적절”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학술회원 임명 거부 논란에 대한 여론만큼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일본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JNN이 지난 3~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23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70.7%를 기록했다.
이는 스가 내각 출범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의 같은 조사 결과보다 8.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일본학술회의 회원 후보 6명을 스가 총리가 임명 거부한 것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51%가 ‘타당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힌 답변자 비율은 24%에 그쳤다.
[지지통신] |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 논란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스가 내각의 향후 지지율 추이에 악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전국시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총리 공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교육 관련 학회가 임명 거부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잇따라 내놓으며 논란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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