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황정민 주연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코로나19 시기 개봉작 중 최초 40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올여름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드루와’ ‘부라더’ 등 많은 유행어를 낳았던 전작 ‘신세계’(2013) 이후 황정민과 7년 만에 만난 이정재는 영화에서 암살자 ‘레이’ 역을 맡았다. ‘이정재가 악역을 맡으면 흥행한다’는 충무로의 속설은 이번에도 입증됐다.
▶목 전체 타투와 패턴 셔츠로 변신
레이의 치밀하고 농도 깊는 액션
▶목 전체 타투와 패턴 셔츠로 변신
레이의 치밀하고 농도 깊는 액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물이다. 지난 8월26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누적 관객수 416만 2914명을 돌파,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는 영화 ‘#살아있다’와 함께 올해 최장 기간 박스오피스 1위 타이 기록으로, 올 1월 개봉작 ‘남산의 부장들’과 7월 개봉작 ‘반도’의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넘어선 것. 인남이 연락책과 접선하는 도쿄 라멘집, 붉은 노을이 지는 인천 북성포구 횟집, 도심 총격전을 벌인 태국 랑야오 마을 등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신은 모두 세트가 아닌 실제 로케이션이다. 덕분에 3개국을 넘나드는 컬러풀한 공기가 영화 전체에 넘실댄다.
배우 황정민과 신스틸러 박정민과 함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흥행 주역으로 떠오른 이정재는 그간 ‘관상’, ‘신과 함께’ 등의 작품에서 등장 신만으로도 압도적 존재감을 내뿜었다. ‘이정재가 악역을 맡으면 흥행한다’는 공식은 이번에도 입증됐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 ‘레이’는 복수보다 살인 그 자체를 즐기는 캐릭터로, 마치 그 자체가 피 냄새를 맡는 듯한 야생동물 같다. 특히 차고지 장면에서 태국인들을 도륙할 때 보여준 단도 액션 신과 함께, 일을 끝낸 후 얼음을 얼굴에 문지르는 장면만으로도 레이가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상대역 황정민이 “자기의 역할에 대해서 이 정도로 집요하게 분석하는 연기자는 처음 봤다”고 밝힌 이정재를 간담회 현장에서 만났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 황정민 형님이 먼저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각자의 캐릭터뿐 아니라 상대방의 호흡까지도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조합이었다. 홍원찬 감독님 본인도 직접 글을 쓰는 감독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대사, 상황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아주 유연하게 받아주는 스타일이다.
레이는 ‘인간 백정’으로 불릴 정도로 악랄한 인물이다. 캐릭터를 설명한다면? 현대물에서 악역은 처음이다. 레이는 인간미라곤 없고 동정이나 연민도 없는 캐릭터다. 상대인 황정민 선배와 어떻게 하면 다르게 연기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하나씩 같이 만들어 갔는데, 스태프들도 어느 순간 즐기고 있더라. 감독님과 오랫동안 상의를 하면서 나름대로 레이의 입장과 감정을 대입해봤다. 여러모로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캐릭터다.
‘신세계’ 이후 황정민 씨와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되었는데 어땠나? 같이 작업을 했던 배우와 2~3번 작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정말 인연인 것 같다. 그래서 꽤 흥분됐다. ‘신세계’ 때부터 호흡이 잘 맞았지만 이번에도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았다.
연기 톤이나 의상 등 스타일이 굉장히 강한데 ‘레이’는 초반에 어떻게 캐릭터를 잡은 건가? 어렵고 힘들었던 캐릭터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 상에 캐릭터를 설명하는 내용들이 많지 않았다. 정해진 게 별로 없는 상황에서 배우 입장에선, 많은 부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화려한 패턴 셔츠, 흰 바지와 코트, 목 전체 타투 등 조금씩 폭을 좁혀가면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다른 영화에서도 액션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액션을 하는 영화는 오랜만에 찍었다. 새벽까지 촬영을 끝내고, 바로 무술팀과 액션 합을 맞추러 가기도 했다. 예전처럼 몸이나 스텝이 안 움직여져서, 솔직히 좀 어려웠다. 며칠 지나니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다른 액션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액션 스타일이 있다. 꽤 정교하게 찍혀 나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무척 스타일리시한 영화다. 공기와 컬러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의 촬영으로 탄생한 신선하면서도 화려한 볼거리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극장에 오셔서 많이 봐주세요”라는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지만, 극장들도 확실한 방역 하에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으니, 우리 영화 흥미롭게 봐주시면 좋겠다.
Behind the Scene 레이 ‘착붙 아이템’ 아이스 아메리카노 영화 속에서 레이는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를 들고 등장한다. 달그락거리는 얼음 소리가 나면, 곧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시작된다. 이는 이정재가 제안한 것. 그는 사람을 죽이러 왔지만 태평하게 커피를 마시는 설정이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얼음을 좋아한다? 레이가 태국 조직원들과 맞붙고 난 후, 아이스박스 얼음을 꺼내 얼굴에 문지르고 깨무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 원래 시나리오에는 ‘얼음이 든 아이스박스에서 세수를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이정재는 자신만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로, 얼음을 얼굴에 거칠게 문지르고 깨물어먹기도 한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CJ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47호 (20.09.22)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