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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 삼족오 문양과 축구팀 엠블럼의 관계는?

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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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한류 미학’ 저자 최경원 씨
신라 귀걸이 디자인의 핵심은 얇은 금판을 두드려 중앙부 도넛 형태를 만든 기술이다. 여기에 금 알갱이, 나뭇잎 모양, 하트 모양의 장식(작은 그림 위부터)을 더했다. 더블북 제공

신라 귀걸이 디자인의 핵심은 얇은 금판을 두드려 중앙부 도넛 형태를 만든 기술이다. 여기에 금 알갱이, 나뭇잎 모양, 하트 모양의 장식(작은 그림 위부터)을 더했다. 더블북 제공


“전반적으로, 만들다 만 느낌이네.”

한국 전통문화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을 함께 둘러보고 나온 외국인 친구의 소감.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53·사진)는 신간 ‘한류 미학’(더블북) 서문에 이 오래전 기억을 언급하며 과감하게 금기를 건드렸다.

“디자인 공부를 막 시작하던 시절에는 ‘한국 문화는 소박하다’는 말이 좋게만 들렸다. 우리 유물을 그저 긍정적으로만 보려 하는 태도를 굳건히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소박함이 제작의 부실함이나 완성도의 결핍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이른바 ‘팬심(fan+心)’의 편향된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나니 비로소 대상의 본질적 가치를 살필 수 있었다. 서울대 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최 대표는 대학원 때부터 우리 전통 유물 디자인을 분석하는 작업에 천착했다.

“한국 사회의 디자인에 대한 가치관은 1960년대 산업화 시대에 미국에서 들여온 테두리에서 지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의 뿌리와 본질은 산업이나 미술이 아닌 생활이다. 삼한시대 민무늬토기, 고구려시대의 이동식 철제부뚜막에는 당시 사회의 생활상과 미적 수준을 드러내는 디자인 요소가 뚜렷이 남아 있다.”

삼한 토기의 뚜껑에는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한 오리 모양 손잡이가 달려 있다. 최 대표는 “세밀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기술이 부족해서 단순한 형태로 제작한 게 아니다. 기하학적 형태를 깔끔하고 세련되게 빚어내는 건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 이런 조형은 고도의 추상성을 소비하는 계층이 존재했던 당시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수준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고구려 벽화의 삼족오(三足烏) 문양이 축구팀의 엠블럼 디자인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곡선을 강조하면서 각 부위가 분할 제작된 우리 청동검이 다른 나라의 일체형 청동검과 어떻게 다른지 실물을 들여다보며 일일이 손으로 그린 세밀화와 함께 분석해 책에 담았다.

최 대표는 그동안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 자수와 민화에서 관찰해 얻은 양식을 섬유 디자인에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가구와 소품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 디자인의 주류는 학계에서나 산업에서나 여전히 산업화시대 바우하우스의 낡은 틀에 갇혀 있다. 우리 전통에서 비롯한 디자인의 뿌리를 찾고 싶어 스스로 착수한 작업이지만 많이 고독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재에 숨은 디자인 요소를 찾아내 대면하는 순간의 기쁨은 그 고단함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커다란 즐거움을 안겨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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