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세상을 풍자한 요스 드 그뤼터&해럴드 타이스의 부산비엔날레 출품작 `몬도 카네` (왼쪽)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히토 슈타이얼의 대전비엔날레 출품작 `깨진 창문들의 도시`. [사진 제공 = 부산비엔날레·대전비엔날레] |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비앙카 봉디는 지난달 부산에 와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친 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에 소금을 뿌렸다. 하얀 소금으로 바닥을 꽉 채운 후 그 위에 침대와 화장대를 놓고 나무와 풀을 심었다. 김혜순 시인의 '고니'에서 영감을 받아 고독을 담은 설치작품 '대기실'이다. 그는 "14일 격리기간 동안 혼자 방에 있으면서 작품 주제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대기실은 더 큰 공간으로 가는 곳이며, 태어난 곳이자 숨을 거두는 침대는 삶과 죽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비앙카 봉디 |
비앙카 봉디 대기실 설치 모습 [사진 제공 = 부산비엔날레] |
지난 5일 부산비엔날레 온라인 개막식 영상에서 그의 생생한 작업 과정과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 가더라도 34개국 작가 90명의 작품 이야기를 일일이 듣기 힘든데, 코로나19 여파로 랜선에서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영상미술 작가 김희천이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를 찍은 사진을 활용한 현수막 작품 '드릴'을 부산 남포동 주차타워에 설치한 배경도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그는 "박솔뫼 작가의 단편 소설 '매일 산책 연습'을 읽고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과 10번 출구에 붙어 있던 수많은 포스트잇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계속 찾아내야 하는 미래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김희천 설치 작품 `드릴` [사진 제공 = 부산비엔날레] |
그들의 인터뷰 영상이 게재된 유튜브에는 "힘든 시기에 작가님들 예술작품이 큰 위로가 됩니다", "코로나19가 진정되어 직접 작품을 보고 싶어요" 등 댓글들이 달려 있다.
작가 인터뷰에 이어 이번 비엔날레 전시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부산현대미술관과 영도 창고 전시작들을 직접 설명하는 투어 영상을 감상했다.
감옥에 갇힌 기계인형들로 부조리한 세상을 풍자한 벨기에 작가 요스 드 그뤼터 & 해럴드 타이스의 작품 '몬도 카네(Mondo Cane)'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이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고립된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온라인 개막식 영상은 조회 수 5만회를 넘었을 정도로 화제다. 부산을 토대로 쓴 문학과 음악, 미술이 어우러지는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로 11월 8일까지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전시장에 못 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홈페이지에서 3D 전시 투어, 부산 시민 목소리로 녹음된 단편소설 10편과 시 5편 오디오북, 참여 음악가 음원 스트리밍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인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코로나19로 예술활동이 멈춘 것은 아니다. 작가와 미술가, 음악가가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협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엔날레 전시팀원들은 내한하지 못한 외국 작가의 손발이 되어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이번 전시를 완성했다. 부산에 오지 못한 미국 작가 킴 고든은 이상우 단편 '배와 버스가 지나가고'를 읽고 떠오르는 부산 쇼핑몰과 버스 타는 소년, 키스하는 커플, 도넛 먹는 소녀 등을 촬영해 달라고 부탁해 영상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나의 인공적인 뮤즈 [사진 제공 = 대전비엔날레] |
내친김에 방구석 1열에서 지난 8일 닻을 올린 대전비엔날레 '인공지능: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 온라인 개막식과 전시 투어를 클릭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어두운 벽면 4개 화면에서 초상화와 인물화들, 인간 형태 도형이 수없이 바뀌는 영상이 눈길을 끈다. 알베르트 바르케 듀란, 마리오 클링게만, 마크 마제니트가 합작한 작품 '나의 인공적인 뮤즈'로, 컴퓨터로 생성된 뮤즈가 사람처럼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실험한다. 전시 투어 해설을 맡은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서양 미술사에서 뮤즈로 인식되는 작품을 인공지능(AI)에게 학습시켜 다시 뮤즈를 만들어낸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대전비엔날레 제2전시실 전경 (팀보이드, 콰욜라) |
이젤에 모니터를 설치한 히토 슈타이얼 작품 '깨진 창문들의 도시'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인식해 범죄 징후를 탐지하도록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과정을 담았다. 하얀 나무들로 장관을 이룬 콰욜라 '리메인즈'는 고정밀 레이저 스캐너로 자연 경관을 스캔하고 디지털 렌더링을 거친 하이브리드 풍경화다. 산업용 로봇팔 2개가 증시 데이터로 그림을 그리는 팀보이드 작품 'Making Art-for Stock Market'도 흥미로웠다. 6개국 작가 16개 팀이 참여한 대전비엔날레는 카이스트와 공동 개최하며 미술관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AI 도슨트 앱, 가이드북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도 20일까지 온라인 전시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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