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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훤히 보여" 민망한 호텔 20m 앞 아파트

중앙일보 위성욱.송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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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72층·33층 두 건물 논란
주상복합 건물 간 거리 기준 없어
주민 “사생활 침해” 시공사에 소송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들어선 파크하얏트호텔(오른쪽)과 주상복합건물인 해운대 아이파크(왼쪽)가 20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에 들어선 파크하얏트호텔(오른쪽)과 주상복합건물인 해운대 아이파크(왼쪽)가 20m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의 초고층(72층) 아파트인 현대아이파크 30층에 살고 있는 주부 김모(51)씨는 창밖을 바라보다 낯이 붉어진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아파트 맞은편 파크하얏트호텔 객실에서 술을 마시던 남녀 손님이 갑자기 남 보기 민망한 행동으로 옮겨 가는 장면을 본의 아니게 목격한 것이다. 손님들이 침대에 눕거나 화장실을 사용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33층짜리 6성급 호텔인 파크하얏트가 올 2월 개장한 뒤의 일이다. 아파트와 호텔 사이의 거리가 20여m에 불과한 데다 두 건물 모두 외벽은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통유리로 돼 있다.

 고심 끝에 김씨는 거실 창문에 큰 글씨로 ‘섹스 금지’라고 써 붙이고 비키니 차림의 마네킹도 갖다 놨다. 이곳에서 호텔 객실 안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는 것을 호텔 손님들에게 알리는 행동이었다. 김씨는 “딸까지 두고 있는 부모가 오죽했으면 이 같은 원색적인 글귀를 써 붙였겠느냐”며 “우리나 호텔 손님이나 서로 사생활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주민 20여 명은 최근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파크하얏트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호텔 손님들에게 주민들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항의 표시로 외벽 창문에 ‘잠자리하는 것 다 보인다’ ‘No Sex in the Hotel’ 등의 글귀를 써 붙였다. 주민 권모(42)씨는 “30~40층대 아파트에서 보면 호텔 28층부터 꼭대기층까지 객실 내부가 거의 다 보인다”며 “마찬가지로 우리 사생활이 호텔 손님들에게 다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 측면에 있는 일부 객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선 손님들에게 블라인드 등을 사용해 줄 것을 당부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코앞에 호텔이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거지역은 건축법에 따라 조망권 때문에 아파트 높이만큼 건물 간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상업지역은 조망권 제한을 받지 않아 건물 간 거리에 대한 기준이 없다. 하성태(49) 부산시 건축주택팀 주무관은 “주상복합건물이 있는 상업지역은 도시 상주인구도 많고 밤에도 도심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사생활 보호가 잘 안 되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위성욱.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송봉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skk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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