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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백록담 만수? 분화구 위까지 물이 가득 찰 순 없을까

연합뉴스 백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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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일부에만 물 고여…최대 저장 능력 분화구 전체 면적의 10%
절리 틈과 굵은 토양 빗물 못가둬…"백록담 육지화 대비해야"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한라산에 폭우를 쏟아부으면서 백록담이 만수를 이뤘다.

제주 한라산 백록담 만수(제주=연합뉴스) 8일 오전 도민과 관광객들이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절경을 바라보고 있다. 2020.9.9 [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 한라산 백록담 만수
(제주=연합뉴스) 8일 오전 도민과 관광객들이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만수가 된 제주 한라산 백록담 절경을 바라보고 있다. 2020.9.9 [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백록담이 만수를 이뤘다고 하니 한라산 정상 분화구에 넘치기 직전까지 물이 가득 차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백록담은 흔히 한라산 정상에 있는 분화구 전체를 뜻하지만, 대개 '백록담이 만수 됐다'고 할 때 '백록담'은 분화구 전체가 아닌 분화구 동쪽 일부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를 일컫는다.

2000년대 한라산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백록담 최대 담수 면적은 2만여㎡, 만수위 높이는 4.05m, 저장 가능 용량은 5만 6천여t으로 추정됐다.

한라산 정상 분화구 총 면적은 21만여㎡, 최고 높이는 108m로 백록담에 물이 가득 찼다고 해도 전체 분화구 면적의 약 10%, 높이의 3.7%정도만 채워진 셈이 된다.

백록담이 만수를 이루기 위해서는 계절이나 기상여건 등에 따라 다르지만, 한라산 정상부에 집중호우가 적어도 500∼800㎜는 내려야 한다.


한라산 정상 분화구에 절반 이상 물이 들어차 보이게 찍힌 사진은 각도의 승리일 가능성이 높다.

하늘에서 본 백록담 만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늘에서 본 백록담 만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관 드러낸 한라산 백록담[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관 드러낸 한라산 백록담
[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다면 한라산 분화구 전체에 물이 가득 차 찰랑거리는 모습은 볼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라산 정상 분화구 일대에는 조면암 절리(節理·갈라진 틈)가 매우 발달해 있다.

전용문 한라산연구부 박사는 "한라산 분화구는 바닥 공간을 제외하고 사방에 절리가 발달, 절리를 따라 쪼개진 틈 사이로 물이 잘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라며 "분화구 내 물이 고이는 공간은 사방에 쌓여있던 진흙이나 모래가 방수막 역할을 해주고 있는 일부"라고 말했다.

백록담 토양 자체도 모래알같이 굵은 화산 토양으로 비가 오면 빗물을 잡아주지 못한다.


전 박사는 이와 함께 현재까지 얼마만큼의 집중호우가 내려야 한라산 분화구 전체가 가득 차는지 추정해본 연구 결과는 없다고 덧붙였다.

백록담은 백두산 천지와 달리 샘에서 솟아나는 지하수가 없어 빗물 외에는 공급되는 물이 없다.

아울러 백록담 담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60년대 백록담에서 열린 철쭉제에 참가한 인파[제주도 발간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1960년대 백록담에서 열린 철쭉제에 참가한 인파
[제주도 발간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2009년 제주도가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에는 1960년대 한라산 백록담에서 철쭉제가 열렸을 때의 사진이 실렸다. 철쭉제는 꽃이 피는 5월께 열리는 행사다.

사진을 보면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뒤로 물이 많이 고인 모습이 보인다.

사진에는 "예전에는 1년 내내 수심 5∼10m의 물이 고여 있었으나 담수 능력이 점점 떨어져 수심이 계속 낮아지고 있으며 바닥을 드러내는 날도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 담겼다.

백록담의 담수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는 그동안 수차례 발표됐다.

대부분 경사면에서 유실된 토사가 바닥에 쌓이면서 물이 빨리 빠지는 데다 기존 바닥층과 유실된 토사층 사이에 물이 채워져 담수 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백록담에 물이 마르지 않게 해 경관을 유지하도록 하자며 다양한 방안이 논의된 적도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 진행된 바는 없다.

특히 이와 관련 한라산 연구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10년간 백록담 담수 수위 변화를 연구하고 담수 능력 저하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석형 한라산연구부 박사는 "2004∼2009년 백록담 담수 수위를 연구해 만수위 수심이 4m가량인 것을 알아내고 나서 이뤄지는 첫 연구"라며 "그동안 담수 수위가 어떻게 변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을 연구해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백록담의 육지화에 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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