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기기괴괴 성형수' 섬뜩하고 기괴한 외모지상주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화장품처럼 바르면 성형이 되는 성형수, 구매하시겠습니까?'

2억원으로 전신을 원하는 대로 성형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영화는 화두를 던진다.

9일 개봉한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성형괴담 애니메이션이다. 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의 '성형수' 편을 원작으로 하며 조경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성형수'라는 신선한 상상력이 담긴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톱스타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예지는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온갖 모욕을 당한다. 누구든 예지의 외모에 대해 쉽게 말하고, 손가락질한다. 어린 시절 발레를 배운 만큼 오랜 기간 외모로 인한 발탁감을 겪은 예지는 외모로 인해 자신의 삶을 갉아 먹기도 한다. 그런 예지에게 얼굴에 바르거나, 몸을 담그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직접 성형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물인 '성형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예지에게 무료로 제공된 성형수는 얼굴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용량에 불과했다. 여전히 커다란 몸집은 그대로였고, 예지는 더욱 성형수와 외모에 집착한다. 새롭게 태어난 예지는 이름을 설혜로 바꾸고, 새 삶을 꿈꾸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설혜는 더욱더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를 계속해서 원하고 강박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잘 생기고 성공한 남자 친구 지훈과 만남을 통해 옳지 못한 성공을 꿈꾼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짧은 호흡의 원작 웹툰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서사를 살렸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에 대한 인물의 배경이 생략됐지만, 영화로 옮기면서 예지의 직업과 과거 배경,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과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외모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된 예지 캐릭터를 만들어내 설득력을 높였다.

원작 웹툰에서 마음껏 표현된 기괴함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통해 스크린에서도 틀에 갇히지 않고 구현된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성형수를 통해 살점을 다듬거나 붙이는 부분도 애니메이션이기에 자연스레 설득력이 높아졌다. 3D 인물 모션이 다소 어색하게 그려지는 부분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제작 기술의 성장을 확인하게 한다.

다만 영화는 외모지상주의가 가진 복합적인 시선을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환한다. 태어나서부터 외모로 인한 문제에 시달리며 차별을 당해온 예지는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예지가 단순히 방에 틀어박혀 악성 댓글을 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외모를 좇았다가 더 큰 고통에 시달리는 장면 등은 욕망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전체적으로 냉소적인 시선으로 인물을 그려냈음을 고려하더라도 '기기괴괴 성형수' 속에 드러난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비판적 시선은 가볍고 안일하다.

그렇지만 '성형수'라는 신선한 소재와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기괴한 상상력이 몰입도를 높였다. 결말에서 보여준 섬뜩함은 충격과 함께 장르적 재미를 높이는 포인트가 된다. 더불어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기괴한 연출은 외모지상주의의 섬뜩함을 조명한다. 조경훈 감독은 "어쩌면 영화는 해결책보다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게 현실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올해 6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 초청을 비롯해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프랑스 에트랑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등에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됐다. 러닝타임 8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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