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붕괴 직전인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송정교 앞에서 차량 통행을 막고 있는 박광진 씨의 모습. 박 씨가 차량들을 막아선 지 30초쯤 지나자 다리 가운데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평창군 제공·CCTV 캡처 |
3일 오전 7시 26분경 강원 평창군 진부면 송정리의 송정교가 급격히 불어난 강물에 다리 상판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다리 바로 앞 마을에 사는 박광진 씨(59·사진)는 2층 창문을 통해 이 장면을 목격했다. 물이 계속 차올라 범람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굴착기 기사로 공사현장 경험이 많은 박 씨는 순간적으로 위험을 직감했다. 출근 시간이어서 차량 통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박 씨는 마을 이장에게 전화로 상황을 알린 뒤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때가 오전 7시 28분경. 불과 2분 새 다리는 눈에 띄게 주저앉아 있었다. 때마침 다리 건너편에서 차량 1대가 다리로 접어들었다. 박 씨는 우산을 쓴 채 다리 앞에 서서 차량을 향해 손짓을 하며 “건너지 마세요. 피하세요”라고 힘껏 소리쳤다. 차량은 박 씨의 수신호를 알아차린 듯 비상등을 켜고 급히 후진했다. 박 씨 쪽에서 다리를 건너기 위해 진입하던 차량들도 박 씨가 제지해 방향을 바꿨다.
이어 30초가량이 지난 뒤 다리 가운데 일부가 폭삭 주저앉았다. 후진하던 차량의 운전자는 다리를 채 건너기도 전에 그 장면을 목격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씨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박 씨의 이날 행동은 고스란히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잠시 후 마을 이장과 면사무소 직원, 경찰까지 출동해 차량 통행을 원천 차단했다. 박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드레일이 살짝 휘었고, 다리 상판이 가라앉아 이대로 놔두면 큰 사고가 나겠다는 느낌이 들어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뛰어나왔다”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의 제지로 다리를 건너다 돌아간 차량의 운전자 최종열 씨(60)는 4일 수소문 끝에 박 씨 연락처를 알아내 감사 인사를 했다. 최 씨는 “한 사람이 다급하게 손짓을 해 이상하다 싶어 서행하며 다리를 봤는데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 후진하기 시작했다”며 “잠시 뒤 굉음과 함께 다리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가슴이 뛰어 한참 뒤 진정이 됐다”고 말했다.
1989년 만들어진 송정교는 길이 150m, 폭 8m로 하진부리와 송정리를 연결하는 다리다. 평창군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진부면 일대에는 225mm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평창=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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