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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강소기업] (6) 메디트 | 치과마다 ‘메디트 3D 스캐너’…판 바꿨다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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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매출액 328억원, 영업이익만 103억원.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훌쩍 성장해 매출액 721억원, 영업이익 3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만 50%다. 치과용 3D 스캐너가 주력인 메디트 얘기다. 메디트는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급성장세를 이어가며 또 한 번 두 자릿수 % 성장률을 예고하고 있다.

메디트 ‘i500’은 3D 스캐너로 치아 형태, 교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줘 미국, EU 등 선진국 시장점유율이 높다. <메디트 제공>

메디트 ‘i500’은 3D 스캐너로 치아 형태, 교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줘 미국, EU 등 선진국 시장점유율이 높다. <메디트 제공>


▶메디트 어떤 회사?

▷2000년 장민호 고려대 교수가 창업

메디트는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인 장민호 창업자가 2000년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컴퓨터지원설계(CAD) 분야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3D 스캐너 원천기술을 자동차, 헬멧 등 다양한 산업디자인에 접목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설계를 할 때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도 거의 실물에 근접하게 3D 형태의 화면으로 미리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시장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데 있었다. 자동차용 3D 스캐너를 만들면 수요처는 자동차 회사 정도가 되는데 B2B 영업을 해야 하기도 하고 막상 수요처를 만든다 해도 장비 한두 대 사면 추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다 발견한 시장이 치과용 장비 시장이었다. 이전까지 치과 보형물을 만들려면 일종의 껌 모양의 기구를 환자가 물고 있다가 뺀다. 그러면 치아 형태가 나온다. 이를 다시 치과기공소로 보내서 치과 보형물을 제작한다.


이를 메디트는 가볍고 간단한 치과 전용 3차원(3D) 스캐너 ‘메디트 i500’으로 대체했다. 환자 입에 스캐너를 갖다 대기만 하면 치아의 형태는 물론 교합(위아래 이가 닫힌 형태) 정상 여부도 화면에서 한번에 볼 수 있다. 예전 방식으로는 일주일 정도 걸리던 보형물 제작 기간을 3D 스캐너로 대체하면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게 됐다. 의사는 물론 환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했다.

치과업계에서는 이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식하며 메디트 제품을 적극 받아들였다. 특히 해외에서 더 호응이 거세다.

메디트 관계자는 “매출 중 80% 정도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높은 영업이익률 비결은?

▷치과용 3D 스캐너 시장 선점

우선 초창기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이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했다.


치과 장비 시장은 오프라인 위주로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 반면 메디트 제품은 이 시장을 선도하는 치과용 3D 구강스캐너로 차별화했다. 단순히 장비만 파는 게 아니라 치과에서 3D 스캐너로 환자의 치아 상태를 분석한 3D 영상을 올려두면 이 데이터 정보를 바로 보형물을 제작하는 기공소로 전송하는 식이다.

또 하나. 메디트는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성공 모델을 적극 받아들였다.

메디트 관계자는 “하드웨어 제조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실제로 이용자들은 2년 전에 스캐너를 구매했더라도 2년간 소프트웨어의 무료 업그레이드만으로도 꾸준히 성능이 향상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차별화한 제품이다 보니 메디트가 제시하는 가격이 시장가격이 돼버렸다.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이다.

또 다른 비결로는 해외 매출이 높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메디트는 3D 스캐너 개발 이후 일찌감치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민간 보험이 발달한 선진국으로 진출하면 그만큼 제품 단가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8년 첫 치과용 스캐너 개발 이후 해외 박람회, 학회 등을 꾸준히 공략한 결과 메디트는 세계 80개국, 130여개 파트너 회사, 1만5000곳의 납품처를 발굴할 수 있었다.

박지만 연세대 치과대학 교수는 “실제로 국내외 제품을 비교해서 써보고 있는데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처리, 사용편의성, 현장 의견 반영한 업그레이드 등에서 메디트가 압도적”이라고 평가했다.

▶숙제는 없나

▷코로나19 때 해외주문 일시 주춤

메디트가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보니 종전 헬스케어 시장의 강자 기업 견제도 꽤 거세다는 것이 숙제다. 3D 스캐너 관련 원천기술과 특허권을 두고 일부 업체는 소송을 걸어오기도 한다.

더불어 3D 스캐너라는 원천기술을 치과 분야에서는 잘 풀어냈지만 추가로 성장 동력이 될 사업에 접목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꾸준히 고객이 유입되는 사업이면서 디지털 전환이 느린 곳, 개인 최적화(커스터마이징)를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계속 찾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더딘 분야가 많아 다양한 도전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대외 환경도 여전히 변수가 많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경제뿐 아니라, 치과 분야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 찾기를 꺼리기 때문. 메디트는 지난해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 조달로 미래를 대비할 발판을 마련했다.

유니슨캐피탈로부터 메디트 지분 50%+1주를 넘기는 주식 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거래금액은 3000억원 초반대로 알려졌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지금 글로벌 덴탈업계는 치과진료의 디지털화라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 시장에서 메디트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탁월한 기술력에 유니슨의 전략, 경영 지원이 더해져 3년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 고규범 메디트 대표

장비 외에 소프트웨어 함께 팔았더니 선진국 ‘반색’


Q. 성장성이 높은데 다만 치과 분야는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A 아무래도 그랬다. 미국, 유럽 지역의 셧다운으로 주문량이 한때 줄어들기도 했다. 다만 주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보니 회복세도 그만큼 빨랐다. ‘K방역’의 덕도 봤다. 예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아래로 보는 면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산 위상이 높아져 따로 길게 설명 안 해도 된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다.

Q. 헬스케어 산업은 첨단을 달릴 듯한데 치과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이유는.

A 아무래도 종합적으로 IT를 생각하지 못하고 개별 장비를 팔았던 관례가 컸다. 그러다 보니 호환이 안 되고 그만큼 디지털 전환이 느렸다. 메디트는 기획 단계부터 의사, 병원, 치기공사, 환자 생태계를 감안하고 각 이해관계자가 어떻게 하면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소프트웨어 무료 업그레이드 전략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 시장에 큰 호응을 얻었다.

Q. 추가 성장을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 중인지.

A 메디트는 글로벌 마켓 리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 메디트는 계속적인 혁신적 제품 개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아울러 조금 더 발전되고 글로벌화된 브랜딩, 경영 관리 체계를 수립해 나가고 있다. 더 많은 치과에 구강 스캐너와 디지털 덴티스트리 시스템을 보급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양쪽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국내 혹은 해외 시장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2호 (2020.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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