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가시고기는 이름처럼 등에 뾰족한 가시가 난 물고기다. 다양한 종이 바다와 강, 호수에 널리 퍼져 살고 있다. 번식기에 접어들면 수컷 가시고기는 상당한 공을 들여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둥지를 지키다가 마음에 드는 암컷을 만나면 지그재그 춤을 추면서 끌어들인다. 암컷은 둥지를 통과하면서 배란하고, 수컷은 알을 수정시킨다.
흥미롭게도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곧 떠난다. 아빠의 독박육아가 시작된다. 둥지 입구에 서서 가슴지느러미로 산소가 풍부한 물을 밤낮없이 공급한다.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고, 끊임없이 둥지를 수리한다. 치어가 태어나도 싱글대디의 일은 안 끝난다. 엉뚱한 곳으로 헤엄치는 새끼를 입에 머금어 다시 둥지로 보내며 정성껏 자식을 돌본다. 이 와중에 상당수의 수컷은 완전히 지쳐 죽어버린다. 새끼는 말 그대로 아빠의 몸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가시고기는 이름처럼 등에 뾰족한 가시가 난 물고기다. 다양한 종이 바다와 강, 호수에 널리 퍼져 살고 있다. 번식기에 접어들면 수컷 가시고기는 상당한 공을 들여 둥지를 만든다. 그리고 둥지를 지키다가 마음에 드는 암컷을 만나면 지그재그 춤을 추면서 끌어들인다. 암컷은 둥지를 통과하면서 배란하고, 수컷은 알을 수정시킨다.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 |
1973년 니콜라스 틴베르헌은 동물행동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수상 사유 중 하나가 바로 가시고기의 번식행동에 관한 연구였다. 그런데 가시고기만큼이나 예외적인 종이 또 있다. 바로 인류다. 암컷과 수컷, 아니 엄마와 아빠가 오랫동안 협력하여 자식을 돌본다. 번식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짝을 만나 새끼를 키우며, 가족의 둥지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행동은 기나긴 진화사를 가진 생물학적 본성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로 시작하는 흘러간 가요의 제목은 바로 ‘님과 함께’다. 우리 조상은 모두 님도 있고, 집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대가 끊겼을 것이다.
틴베르헌은 둥지 건설을 방해해보았다. 건설 중인 둥지를 부수고, 수초 모양을 바꾸었다. 가시고기는 꽤 짜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최적의 둥지를 만들기 위해 지치지도 않고 ‘재건축’을 시도하고, 엉클어진 둥지를 ‘리모델링’했다. ‘에이, 대충 살지 뭐!’ 이런 가시고기는 없었다. 그렇게 얻어낸 값진 둥지다. 그래서 가시고기는 침입자에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영역을 빼앗기면 짝을 유혹할 수 없고, 새끼를 키울 수도 없다. 가시고기는 몸을 수직으로 세우고 등에 난 가시를 드러내며 둥지에 접근하는 적을 맹렬히 공격한다.
호기심 대장, 틴베르헌은 어항에 거울을 넣어보았다. 체구 차이가 크지 않으면, 보통 영역을 선점한 가시고기가 싸움에 승리한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적’은 아무리 공격해도 도망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침입자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가시고기는 느닷없이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전위행동이다. 같이 활성화된 상반된 충동이 일으키는 부적응적 행동이다. 세력 다툼을 하던 찌르레기가 돌연 자기 깃털을 고르거나, 번민에 휩싸인 사람이 자기 머리를 두들기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어쩔 줄 몰라서 내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다.
집은 단지 안정과 휴식의 공간이 아니다. 번식과 양육의 장소다. 영겁의 세월 동안 반복된 일이다. 우리는 집에서 성장하고, 먹고, 자고, 사랑한다. 생존과 번식이 응결된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다. 소설 <가시고기>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 아이를 세상에 남겨놓은 이상은,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그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이 배태한 공간이 집이다.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주택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둥지 없는 가시고기에게 사글세나 셰어하우스를 강요해서도, 고생 끝에 겨우 소유권 등기를 친 가시고기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안 된다. 못마땅한 둥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자기 둥지를 선선히 내놓는 사람도 없다. 격렬한 공격행동 혹은 이상한 전위행동을 보일 것이다.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은 말했다. “집은 단지 사는 곳이 아니라, 인간성을 나타내는 기표다. 집이라는 느낌은 원시적 본능이다. 따라서 우리는 집에 대해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처럼 판단할 수 없다.”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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