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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러브 레터’?…친서 외교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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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대한 감동, 상대방에 대한 호의, 조심스레 깊어지는 신뢰, 다가올 날에 대한 설렘, 그리고 다시 만날 날에 대한 기약. 갓 연애를 시작한 남녀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감정만은 아닙니다. 두 나라 정상 간에 주고받은 편지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
24일 전 싱가포르에서 있은 각하와의 뜻깊은 첫 상봉과 우리가 함께 서명한 공동성명은 참으로 의의깊은 려정의 시작으로 되었습니다. 나는 두 나라의 관계 개선과 공동 성명의 충실한 리행을 위하여 기울이고 있는 각하의 열정적이며 남다른 노력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조미 사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나와 대통령 각하의 확고한 의지와 진지한 노력, 독특한 방식은 반드시 훌륭한 결실을 맺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 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를 바라며 조미 관계 개선의 진전이 우리들의 다음번 상봉을 앞당겨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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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역사적인 북미 첫 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직접 공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멋진 글, 아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여 뒤 "김 위원장은 나에게 아름다운 편지를 썼다"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많은 친서를 보냈습니다. 남북,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질 때 유용하게 활용됐습니다. 정상 간 직접 소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이른바 '친서 외교'입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았다고 알려진 친서만 약 10여 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이에서도 상당한 양이 오갔습니다. 내용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통상 두 정상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 뜻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친서는 다양한 의도로 활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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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

2018년 2월 김여정 부부장을 대표로 한 북한 대표단이 남측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첫 친서였습니다. 다음 달 남측 특별사절단 역시 북한을 방문해 문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습니다. 당시 친서 교환은 이후 2018년 한 해 동안 두 정상이 3차례 만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변하는 변곡점이 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제안해 첫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것 역시 2018년 3월 김 위원장이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넨 첫 친서를 통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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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앞에서 "편지 받았다" 자랑

2018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 회담 도중 양복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전날 북한으로부터 전달받았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대신 '아름다운 예술작품', '가장 아름다운 편지', '역사적인 편지'라고 극찬했습니다. 아베 총리도 '정말 획기적인 편지'라고 호응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자신의 외교적 치적을 과시하는 소재로 활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 北도 일방적 친서 내용 공개

친서 내용을 공개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비공개로 보냈던 친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부산에서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이 오지 못한다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남측 정부가 여러 차례 요청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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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축하, 조문의 수단

남북 사이의 가장 최근 친서 교환은 올해 3월이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정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내용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이 먼저 친서를 보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남측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문 대통령의 건강도 걱정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 답장을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의 친서를 주고받기도 했고, 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 김 위원장은 자필 조의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 받았다는 美, 준 적 없다는 北

올해 4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던 중 갑작스레 김 위원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은 좋은 편지였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바로 다음 날 편지를 보낸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 담화에서 "지난 시기 오간 것을 회고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최근 어떤 편지도 보낸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상 사이의 관계는 아무 때나 여담 삼아 꺼내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며 이기적인 목적에 이용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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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턴 "北 김영철, 친서 차에 두고 내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친서가 전달되는 과정에 있었던 일화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았을 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차에 두고 내렸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급히 뛰어갔다고 볼턴은 책에 적었습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북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친서를 작성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정적 순간, 외교 무대에 등장했던 두 나라 정상 사이의 친서들. 그 가운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았던 친서가 조만간 무더기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달 15일 미국 기자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오간 친서 25통을 입수해 자신의 책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친서들의 내용에 대해 출판사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관계로 묘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두 정상 사이에 주고받은 편지를 '연애편지(러브 레터)'라고 규정하고, 자신들은 그런 편지를 주고받지 않겠다고 비판합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 내용이 판타지 영화든 연애편지든 파장은 만만치 않을 듯합니다.

수신자 외에는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끝에 꾹꾹 눌러 적은 편지를 제3자가 몰래 들여다본다면 그 누구라도 기분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예양과 관례, 의전을 충실히 따지는 외교 무대에서 덜하다고 볼 여지는 없습니다. 북측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친서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경위에 따라 또 실물이 유출됐는지 등 공개 범위에 따라 반응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됐던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친서 외교'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최영윤 기자 (freeya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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