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야 혹할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적어도 국기원이 어떤 단체인지 아는 태권도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답은 뻔하다. 이건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을 떠올리게 하는 희대의 사기사건일 뿐이다. 일단 국기원이라는 단체는 태권도진흥법이라는 특별법이 규정하는 특수법인이라는 걸 알아야 할 게다. 국가 공공기관이 이사회 승인은 물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없이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이번 사건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그렇다면 국기원홀딩스는 왜 이렇게 상식 밖의 일을 추진한 걸까. 아마도 태권도계의 ‘봉이 김선달’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기원홀딩스 측은 ‘국기원 명소화사업 실시 협약서’에 따라 회사를 설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기원은 지난 2018년 11월에 열린 제3차 운영이사회에서 명소화사업자 우선협상 대상자로 한국자산투자운용(한투) 콘소시엄을 선정했다. 국기원과 한투 콘소시엄은 곧바로 협약서를 체결했는데 협약서 1조 3항에 “사업시행을 위해 SPC(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기원홀딩스는 협약서에 명시된 SPC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순진한(?) 주장이다.
국기원이라는 국가 공공기관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기업인을 뭐라 탓할 수 있겠냐마는 결국 이번 사태에 국기원과 관련있는 인사가 깊숙이 개입됐다는 정황은 여기저지서 감지된다.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지난해 감사에서 이번과 비슷한 사업계획을 적발한 뒤 깜짝 놀라 검찰에 고발한 것도 이러한 판단의 중요한 근거다. 최근 이사들의 합종연횡을 통해 국기원에 입성한 전갑길 이사장 또한 이사회 워크숍에서 이들의 사업계획 발표를 추진한 적이 있어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기원 차원은 아니더라도 몇몇 전·현직 이사들이 개입된 정황이 의심되는 마당에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이번 사건을 통해 국기원홀딩스라는 기상천외한 일을 기획하고 꾸민 인사들을 철저하게 찾아내 다시는 태권도계에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각종 비리로 추락한 오현득 전원장과 무관하지 않다. 영어(囹圄)의 몸이 된 오 전원장과 한 배를 탔던 이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아 국기원의 정치화와 진흙탕 선거의 원흉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기원은 태권도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세계 태권도의 총본산이다. 태권도의 본산이라는 상징성은 이에 걸맞는 권위와 정신적 가치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결코 빛을 발할 수 없다. 태권도의 권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권위란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와야 비로소 생길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다. 권위와 존경이 차고 넘쳐야 할 그곳에 ‘봉이 김선달’은 어울리지 않는 짝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김선달에게 어울리는 곳은 국기원이 아니라 차라리 감옥이다.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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