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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윤석열 총장 뭐하나

매일경제 노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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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임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은 '장렬한 전사'라고 두어번 지적한바 있다. 인사권과 지휘권을 지닌 장관을 이길 수가 없으니 끝까지 검찰권 독립을 위해 저항하다 잘리는 것이 윤 총장의 숙명이라는 주장이었다. 그후로 반년이 지났는데 윤 총장이 실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요사이 든다.

이달초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손떼라고 지휘권을 행사했을때 윤 총장이 결단했어야 한다고 본다. 추 장관의 지휘는 총장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12조, 장관의 개별 사건 개입을 금지한 같은 법 8조를 무시한 것이었다. 윤 총장이 이런 명분을 앞세워 장관 지휘를 거부했다면 청와대는 추 장관과 윤 총장 중 한명을 잘라야 했을 것이다. 누구를 잘랐을지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 대검은 장관 지휘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을뿐 결과적으로는 수용했다. 젊은 검사들을 중심으로 윤 총장에 실망한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윤 총장은 생긴 것처럼 처신도 육중하다. 쉽게 흥분하는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 권력과 싸우려면 배포는 크고 입은 무겁고 머리는 민첩하고 행동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에 강해야 하고 화를 내선 안된다. 그런 점에서 윤 총장보다 잘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장관과 한판 붙고 사표 던질 기회는 지휘권 논란 이전에도 많았지만 그는 참았다. 보통내기였으면 진작에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버틸 때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임기완수 자체는 목표가 될 수 없다. 윤 총장의 목표는 진행중인 권력비리 수사의 완결, 그리고 검찰 독립 수호여야 마땅하다. 그런데 총선 이후 검찰 수사는 뭐하나 되는 것이 없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대표적인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여부를 아직 결론내지 못했다. 수사가 답보하면서 송철호 울산시장 등 기왕에 기소된 인물들의 공판도 파행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으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발된 것이 지난 5월이다. 검찰은 아직 윤 의원을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라임 펀드 수사, 옵티머스 펀드 수사 역시 태산명동서일필 냄새가 난다. 서울중앙지검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검은 현재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한다. 이 또한 길어질수록 결과는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 보인다.

수사가 안되는 것을 윤 총장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총선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생각하는 여권 인사들은 검찰이 안중에 없다. 울산시장 사건 피의자들은 소환에 응하지도 않고 있다. 검찰에서 최대 화력을 보유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놓고 검찰총장과 내외하고 있다. 이 검사장은 그렇다치고 다른 일선 검사장 중에서 지금 윤 총장 지시를 듣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인간적, 조직적 의리로 윤 총장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것말고 실제 명을 받드는 것 말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저 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더 몸을 사리지 않을까. 게다가 인사가 코 앞이다. 인사에서 친정권 검사들로 라인업이 완성되면 윤 총장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그렇다면 윤 총장이 더 이상 버텨야 할 보람이 없는 것 아닌가. 이빨 빠진 사자가 고립되면 하이에나들의 희롱거리가 되고 만다. 그렇게 임기를 채우고 싶은 생각도 없을 것이다. 윤 총장이 검찰 수장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마지막 소명이 있다. 검찰독립 수호에 자리를 거는 것이다. 이 정부는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행정관리자로 격하시키고 법무장관에게 사실상 수사지휘권을 부여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역대 정권에서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됐던 '권·검 분리'는 끝장난다. 정권 임기말이 돼도 검찰은 정권 비리에 손도 대지 못한다. 윤 총장은 이런 굴욕적인 검찰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총장으로 기록되고 싶은가. 그게 싫다면 상황 종료 전에 행동해야 한다. 장렬히 운명과 마주할 타이밍이 임박했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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