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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1년을 맞은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청사 앞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현수막과 화환이 세워져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식 때만 해도 윤 총장은 ‘개국공신’으로 대우됐고 청와대와 여권도 윤 총장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취임 후 불과 6개월 뒤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며 정권의 ‘걸림돌’이 됐다. ‘성역 없는 수사의 원칙’을 지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정치화된 검찰’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여권은 연일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윤 총장의 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은 내부싸움을 벌이는 등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이 제43대 검찰총장에 임명된 건 지난해 7월25일. 전임자인 문무일 총장과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가 차이나는 파격적 인사였다. 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라”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윤 총장이 리더가 되면서 동고동락한 측근들도 줄줄이 검사장 자리를 꿰찼다.
‘윤석열 사단’은 이렇게 완성됐고 검찰은 매서웠다. 민정수석 출신의 조 전 장관과 그 가족 관련 비리를 파헤쳤다. 청와대는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개국공신’이 역린을 건든 ‘반골’로 찍히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윤석열 검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울산시장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측근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을 살펴보겠다며 청와대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윤 총장이 취임한 뒤 6개월간 검찰에겐 두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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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반전되기 시작했다. 여당대표 출신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부터다. 추 장관은 지난 1월8일 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며 윤 총장과 함께 대검에 입성한 측근 검사들을 줄줄이 지방으로 보냈다. 윤 총장은 ‘인사를 논의하자’는 추 장관의 호출에 응하지 않으며 불만을 표출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장관의 명을 거역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도 시작됐다. 한동훈 검사장을 밀어내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 오른 심재철 검사장은 후배 검사들과 충돌했다. 추 장관은 ‘청와대 하명수사’사건 기소를 기준으로 ‘공소장 비공개’란 원칙을 세웠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세부안 등을 두고 검찰 내부의 이견도 새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못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검찰을 더욱 압박했다. n번방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잘못된 일 처리로 생긴 범죄’라고 비판했다.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공격은 더 거세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검언유착’ 의혹을 두고 힘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추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감찰을 지시했다. 윤 총장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넘겼다. 하지만 추 장관은 다시 대검 감찰부에서 살펴보라고 압박했다.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되 총괄은 대검 인권부가 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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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는 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문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장관 지시 반을 잘라먹었다”고 비판했다. 검언유착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까지 내렸다. 윤 총장은 검사장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모색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고, 수사에서 손을 뗐다. 위풍당당했던 6개월 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윤 총장의 입지는 좁아졌지만 ‘좌고우면 없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원칙’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에 칼을 대고도 야당의 대선후보로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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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차량을 타고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 등을 막기 위해, 조 전 장관의 낙마를 목표로 무리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정치 프레임에 옭아매인 형국이다.
윤석열 검찰은 이제 법원에서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측근인 한 검사장이 검언유착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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