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초등학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집단 등교거부

확진자 동선 불분명해 원격수업 요구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촉발된 제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장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2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제주 26번 확진자가 거주하는 제주시 애월읍 소재 A초등학교에서 전체 학생 122명(유치원 포함) 중 78명이 이날 등교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학교 측에 원격수업 전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장체험학습 신청 등의 방식으로 자녀들을 학교에 가지 않도록 했다.

지난 21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서부보건소에서 한 주민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학교 측은 전날 학부모회의 요구에 따라 도교육청에 원격수업 전환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애월읍에서 제주 26번 확진자가 거주하고 있지만 학교와 관련한 밀접 접촉자가 없고 주변 학교의 상황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원격수업 불가 사유다.

도교육청은 “등교중지를 위해서는 방역당국과 교육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보건학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회는 26번 확진자의 동선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무작정 위험 속에 노출 시킬 수 없다며 원격수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회는 “26번 확진자의 15~17일 동선이 번복되는 진술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확진자는 자가격리 원칙을 무시하고 학교 바로 앞 농협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하고, 인근 마을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며 “좁은 시골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로서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은 시골마을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건 삽시간이다. 행정의 편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아이들의 정상등교를 거부하며, 등교중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