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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제주도 푸른 밤, 당신과 바다의 속삭임만이

매일경제 권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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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제주 해비치호텔]

[사진 제공=제주 해비치호텔]


요트가 그냥 요트가 아니다. 오로지 일행만 탑승하는 '언택트'다. 모르는 사람과 탈 염려는 전혀 없다. 출신지도 특급이다. 세계적 럭셔리 요트업체 중 하나인 이탈리아 아지무트사 작품이다. 일찍이 북한 '최고 존엄' 김정일이 눈독 들인 바로 그 물건이다. 구매 직전 국제사회에 의해 북한 해외계좌 거래가 차단돼 그는 꿈의 요트에 오르지 못했다. 조승일 해비치호 선장은 이 수준의 요트는 규모나 성능 면에서 국내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거라고 자부했다. 제주 앞바다. 요트. 감격의 출항이다.

# 잔잔한 제주바다는 9~10월

요트투어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동승자, 날씨, 그리고 파도다. 이날 하늘은 찢어지게 눈부셨다. 조 선장은 한 달에 3일 알현할 수 있는 좋은 날씨라고 했다. 삼박자 중 두 박자는 완벽했다. 나머지 한 가지 변수는 파도였다. 요트가 바다로 나아가는데, 흔들림이 보통이 아니다. 구름도 바람도 거의 없었는데, 장마철이라 너울성 파도가 심했다. 제주 바다의 격한 환영 인사라고 치부하며, 강한 파도가 강한 어부를 만든다는 말을 떠올리며 태연한 척을 해보았지만, 쿵쾅쿵쾅 심장까지 덩달아 떨린다. 첫 목적지 섶섬 앞에 당도했다.


기동을 멈추니 더 흔들린다. 마치 바이킹을 타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 선장은 제주 앞바다가 가장 잔잔한 시기는 9~10월이라고 했다. 엔진이 돌지 않으면 더 흔들리는 이유는 뭘까. "배가 앞으로 나아가면 속도가 붙잖아요. 운동에너지가 앞으로 작용해 좌우 흔들림이 덜한 거예요."

# 낚시꾼의 천국 섶섬 앞으로

평범한 요트와 비교 불가한 것이 운행시간이다. 위미항에서 출발해 섶섬~정방폭포~문섬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무려 4시간이다. 중간중간에 피크닉 세트를 펴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고, 낚시도 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때가 맞으면 선상에서 일몰을 맞을 수도 있다. 일몰을 보려면 출항시간을 늦은 오후로 잡으면 된다.

오후 2시 40분께 위미항을 출발해 처음 당도한 섶섬은 천연기념물 18호 파초일엽 자생지다. 파초일엽은 꼬리고사리과에 속하는 아열대 식물인데, 섶섬이 최북단 서식지다. 6~7월엔 감성돔이 많이 잡혀 낚시꾼이 꼬이는 장소다. 그러나 천연보호구역 섶섬에서 낚시하다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 요트에서 하는 낚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이날 파도가 심해 섶섬을 구경한 후에 정방폭포 앞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정방폭포 앞 피크닉과 사진


제주 3대 폭포로 꼽히는 정방폭포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해안가를 타고 내려오는 폭포다. 요트는 정방폭포 100m 거리에서 섰다. 상대적으로 파도가 덜했다. 갑판에 올라 하얀 테이블에 피크닉 세트를 펼쳤다. 샌드위치, 안티파스토, 꼬치, 치즈, 콥샐러드, 디저트와 하프 바틀 와인을 차리니 선상 파티 분위기가 물씬 난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면서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도 보았다. 낚싯대에 새우 미끼를 걸어 낚시도 즐겼다. 이날 자리돔, 돌우럭 등 5마리를 잡았다.


# 문섬에서 '엄지 척' 인사 받다

문섬은 물밑이 유명하다. 수중에는 난류가 흐르고 있어 아열대성 어류들이 서식하며 63종의 희귀 산호들이 손 흔들 듯 몽환적 풍경을 연출한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겐 성지와도 같은 지역이고, 관광용 잠수함 투어에서도 하이라이트다. 물론 요트 위에서 본 문섬도 좋았다. 바로 옆에는 앙증맞은 엄지 바위가 문섬의 새끼처럼 붙어 있다. 작은 바위에 손톱모양으로 나무가 자라 바닷속에서 '엄지 척'을 올려준 듯했다. 멀미를 방지하려면 내부보다는 야외로 나와서 바람을 쐬는 게 좋다. 시원한 바람이 정신을 맑게 한다. 파도와 직접 부딪히는 함수보다는 함미 야외가 흔들림이 덜하다. 원형계단을 타고 내려가 내부로 피신하면 화장실 딸린 침실 네 칸이 있다. 배에 두기 아까울 정도로 가구며 침대가 고급스럽다. 요트처럼 모두 이탈리아 제품이다.

# 운전대를 잡고 위미항으로


이날 일몰은 오후 7시 50분으로 예보가 됐다. 게다가 너울성 파도는 높아져만 갔다. 6시께 위미항으로 향하며 야외 운전대를 잡아보았다. 조 선장이 옆에서 봐주는 동안 찰나였지만 마도로스가 된 듯 의기양양했다. 15도와 5도 사이에서 배 방향을 틀면 그에 맞춰 조 선장이 속도를 조절해주었다. 그에게 일몰에 대해 묻자 물결에 햇빛이 반짝이는 풍경은 선상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이라고 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올랐다.

# 프라이빗 요트 패키지 이용하려면

제주 해비치호텔의 '프라이빗 요트' 패키지를 구매해야 한다. 이 패키지는 오션뷰 이그제큐티브 룸과 호텔 1층 섬모라 조식(2인), 윈터가든 실내외 무제한 사용권, 사우나(2인), 피크닉 세트, 폴라로이드 카메라 대여권과 필름 1팩(20장)이 제공된다. 기상 상황에 따라 투어를 못 할 시에는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밀리우에서의 2인 디너 코스와 스파 아라에서의 커플 스파로 대체될 수 있다. 가격은 세후 2인당 120만원.


# 표선면·해비치 호텔 100배 즐기는 팁

해비치호텔이 위치한 표선면은 제주시에서도 멀고, 그렇다고 서귀포시나 성산읍에서 특별히 가깝지도 않다. 한마디로 한적하다. 그래서 별 볼 일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오히려 더욱 매력적이다. 바다도 잔잔하다. 그 덕분에 호텔에서 10분 거리 표선해변은 서핑 입문에 적절하다. 넓게 퍼진 해변은 물이 허리와 가슴 높이 정도라서 아이와 놀기에도 안심이 된다. 서프포인트(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820-1)를 찾으면 서핑과 패딩보틀을 할 수 있고, 비수기에는 카이트 서핑도 가능하다.

[제주도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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