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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이어져온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충돌이 정점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추 장관이 2일 윤 총장에게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사실상 손을 떼라고 지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추 장관 취임 후 임명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해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을 들이받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윤 총장이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검찰청에 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을 지시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추 장관은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대검에 건의한 대로 대검이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고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고 지휘했다.
추 장관은 공문에서 “검찰청법 제8조의 규정에 의거해 지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2005년 천정배 당시 장관 이후 헌정사상 2번째이자 15년 만의 일이다.
공문에서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으로 규정한 뒤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 보장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 대상이므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와 관련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의혹에는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앞서 윤 총장은 측근인 한 검사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로 입건되자 지난달 4일 이 사건 수사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넘겼다. 윤 총장은 같은 달 19일 대검 부장회의 이후 직권으로 수사팀 외부 법률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하고 최근 자문단 구성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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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 전문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기본을 저버리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주례회의가 서면으로 대체되자 일각에선 검찰 1·2인자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추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서는 윤 총장을 향해 “지금까지 지켜봤는데, 더 지켜보기 어렵다면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거취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충돌에 대해서는 “두 기관의 충돌로 국민의 불편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우려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팀의 증언강요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거부한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아니냔 의견이 나왔으나, 정식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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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
윤 총장은 이날 긴급 부장회의를 소집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할 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정된 전문자문단 소집일(3일)을 하루 앞두고 추 장관이 소집 중단을 전격 지시하면서 대검 내에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할 경우 전문자문단 소집을 강행했던 윤 총장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 결국 사퇴까지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 공격을 받는 모양새인 윤 총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선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검언유착 의혹은 채널A 이모 기자가 올해 초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한 검사장과 공모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했다는 의혹이다. 이 의혹 수사와 더불어 한 전 총리 사건, 그 이전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등에서 검찰을 향한 맹폭을 쏟아낸 여권은 최근 들어선 윤 총장의 사퇴까지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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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도 윤 총장은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되자마자 3위에, 야권에서는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윤 총장은 10.1%의 지지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30.8%)과 이재명 경기도지사(15.6%)의 뒤를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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