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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 EPA=연합뉴스 |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며 멸종 위기의 동족 개체를 늘린 100살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가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8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의 산타크루스섬에 있는 번식센터에서 ‘동족 살리기’ 임무를 수행해온 디에고가 이날 같은 종 거북이 14마리와 함께 고향인 에콰도르의 에스파뇰라섬으로 향하는 차에 실렸다.
학명 ‘켈로노이디스 후덴시스(Chelonoidis Hoodensis)’ 종인 디에고는 1933년 포획된 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지내다가 1976년 고국의 부름을 받고 산타크루스섬으로 와 번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디에고라는 이름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얻었다.
당시 해적 등의 남획으로 에스파뇰라섬 전체에 있던 디에고의 종족은 수컷 2마리, 암컷 12마리가 전부였으며, 그나마도 흩어져 자연 번식이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 특히 땅거북 개체 수 감소는 거북이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둥지를 만들고 번식하는, 또 다른 멸종 위기 조류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었다.
생태계 사슬의 비극을 막고자 당국은 디에고와 종족 등 14마리를 한데 모아 번식에 착수했다.
디에고는 몸길이 90㎝에 몸무게 80㎏으로 동족 수컷 중에서도 특히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디에고와 종이 다른 ‘켈로노이디스 아빙도니(Chelonoidis abingdoni)’ 종의 갈라파고스 땅거북 ‘외로운 조지’는 당국 노력에도 끝내 짝짓기에 실패하면서, 자손을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2012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반면 디에고와 동족 14마리는 활발한 번식 활동을 벌였고, 15마리뿐이던 에스파뇰라섬의 갈라파고스 땅거북도 2300여마리로 훌쩍 늘었다.
번식센터에서 태어나 섬으로 돌려보내진 거북이 1800마리고, 섬에서 자연 번식도 이뤄지는 등 디에고는 개체 증가에 큰 공을 세웠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은 에스파뇰라섬 전체 갈라파고스 거북 중 40%가량인 800여마리 정도가 디에고의 자손일 것으로 추정했다.
100살의 나이와 왕성한 짝짓기에도 건강한 상태를 자랑한 디에고는 자신의 임무를 모두 완수하고 고향으로 마음 편히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국립공원은 디에고가 종족 보존에 세운 공을 높이 평가한 뒤, “에스파뇰라섬 거북이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개체 수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디에고의 자손이 아닌 거북이들이 필요하다”고 EFE통신에 설명했다.
산타크루스섬의 땅거북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지난 1월 디에고의 은퇴와 귀향이 결정됐다.
디에고는 산타크루스섬의 씨앗 등을 묻히고 가지 않도록 일정 기간 격리를 거친 후 지난 3월 에스파뇰라섬으로 보내질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예정보다 늦게 배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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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프로아뇨 에콰도르 환경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디에고의 귀환 게시물. 트위터(@PauloProanoA) 캡처 |
한편, 에콰도르 환경장관인 파울로 프로아뇨는 지난 15일 트위터에 “디에고를 포함해 에스파뇰라섬 출신 거북이 15마리가 수십 년간의 번식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에스파뇰라섬은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글과 함께 차에 실려 이동하는 거북이의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튿날 트위터에 거북이를 등에 맨 채 이동하는 관계자들의 사진을 추가로 게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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