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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자 잡담]코비 브라이언트 부검 보고서가 유출된 경위

조선일보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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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부 주에서는 부검 보고서 공개가 원칙
'무차별 공개' 둘러싸고 찬반 엇갈리기도
국내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 웹에선 최근 지난 1월 26일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전(前) 미 프로농구(NBA)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와 관련해 일말의 소란이 있었다. 그의 부검 내용을 기록한 17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유출돼 퍼졌기 때문이다. 코비의 외모를 아는 사람이면 사망 당시 그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문서에 담긴 그림과 글은 시신 상태와 신체 훼손 등의 묘사가 상세했다.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차량(왼쪽)과 유출된 코비의 부검 보고서 중 일부./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차량(왼쪽)과 유출된 코비의 부검 보고서 중 일부./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화제의 인물을 부검한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표되는 것이야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고서 ‘원본’이 별다른 통제도 없이 일반인들 사이로 퍼져나가는 일은 어느 나라에서건 흔치 않다. 코비의 죽음을 적은 이 문서는,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흘러나온 것일까.

◇‘공개가 원칙’인 캘리포니아州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건 유출 과정에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다루는 사건에 한해선 원칙적으로 부검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개 조사가 필요한 극히 일부 건만을 예외로 할 뿐이다. 하지만 주(州) 차원에서는 부검 결과나 검시관 소견이 담긴 보고서 공개 여부를 주법에 따라 정할 수 있다. 정부를 상대로 한 정보 공개 청구를 지원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먹록(MuckRock)은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는 부검 보고서를 공공재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고인의 이름을 적어 검시관 사무실에 간단한 요청을 보내면 쉽게 문서를 받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비가 사고를 당한 지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서쪽으로 30마일(약 48㎞)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먹록이 설명했듯 캘리포니아주에선 부검 보고서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캘리포니아주는 “우리 주의 공공 기록법(California Public Records Act)에 따라 부검 보고서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알렸다.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홈페이지엔 1991년 1월부터 기록된 부검 보고서가 12만6400건가량 올라와 있다.

코비를 비롯한 헬기 사고 사망자 9명의 부검 보고서 원본은 지난 5월 15일 업로드됐다. 분량은 A4 180장 정도였다.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는 이날 홈페이지 뉴스룸에 해당 사실을 공고했다. 공고에 적힌 링크를 따라가면 1인당 49달러(약 5만8000원)를 내고 문서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reddit) 유저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고 문서를 구입해 유포하며, 코비의 부검 보고서 원본은 웹상에 널리 퍼지게 됐다.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홈페이지 중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검 보고서가 담긴 페이지./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홈페이지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홈페이지 중 코비 브라이언트의 부검 보고서가 담긴 페이지./ LA 카운티 검시 사무소 홈페이지


◇엇갈리는 의견

물론 부검 보고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주라도, 주민 모두가 문서를 선뜻 내주는 현행법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코비가 겪은 사고와 관련해서도 그의 참혹한 죽음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종종 나왔었다.


일부 주에선 부검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도 있다. 예를 들어 검시관 보고서 공개를 원칙을 하는 지역 중 하나인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지난 2018년 주의회 상원에 부검 보고서 열람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었다. 발의자인 댄 클레이터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은 “내 간 무게나 약물 복용 상태가 낯선 사람에게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며 “의료 기록은 철저히 보호하면서 부검 보고서 열람엔 제약을 걸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클레이터가 제출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대자 중 한 명이었던 루이지애나주 상원의원 트로이 카터는 “클레이터의 법안은 정보를 숨기고 정부 활동의 투명성을 억제하려는 시도다”며 “특히 부정한 행위가 의심될 때 정보 비공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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