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도넛'. 한 도넛 회사의 유명한 광고 카피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또 다른 조합이 있습니다. 바로 '경찰&도넛'인데요.
미국 경찰과 도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경찰관은 대개 도넛 박스를 쥐고 있잖아요. 당사자들도 애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각 경찰서는 자체 제작한 도넛 '먹방'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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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경찰관들이 한 도넛 회사가 제공한 도넛을 먹고 있다. 도넛은 미국 경찰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로 꼽힌다. [AP=연합뉴스] |
미국인의 '국민 간식' 도넛 상점들이 24시간 운영된 것과 관련 깊어요. 수십 년 전 이들 가게가 심야 시간 경찰관에게 남는 도넛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강도 위험을 줄였는데, 이게 일종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비교적 싸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경찰의 도넛 사랑에 영향을 미쳤다네요. 그래서 많은 도넛집들이 경찰 등에겐 별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곤 합니다.
그런데 '1일 1도넛'을 즐기던 경찰관들에게 '비보'가 날라왔습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52년 전통의 도넛 가게 '앨리스 도넛'(Allie's Donuts)은 6일(현지시간) SNS에 공지문을 올렸습니다. 그동안 유지해온 경찰·군인 할인 혜택을 없애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달 초 로드아일랜드의 흑인 소방관 검문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불붙은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소식이 퍼진 뒤 앨리스 도넛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단숨에 유명세를 치르면서 지지자들의 성지가 된 겁니다. 이들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등의 피켓을 든 채로 묵묵히 줄을 섰습니다.
많을 때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겨우 도넛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해요. 가게 손님 조슬린은 "경찰의 만행을 끝내는 데 주력하는 모든 사업장을 응원한다"고 말합니다.
'슬프게도 이건 분열을 초래합니다. (도넛) 할인을 원하거나 필요로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경찰·소방·군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는 불쾌합니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 경찰서가 도넛 가게 결정에 반발하며 SNS에 올린 글인데요. '표적' 할인 폐지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 거죠.
타미 아이아배런이란 여성도 발끈했습니다. 그는 자발적인 '도넛 챌린지'에 나섰습니다. 다른 상점에서 도넛 24박스(12개들이)를 산 뒤 '우리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경찰·소방관 등에 선물했습니다. "도넛을 반대가 아닌 통합의 시간에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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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도넛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 [페이스북 keith.mercadolazarski 캡처] |
앨리스 도넛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할인 종료' 선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위협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이 출근 대신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겁니다. 가게 사장 맷 드레셔는 9일 SNS 영상을 통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많은 직원들이 여기서 일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지금은 저 혼자 도넛을 자르고 있죠. 하지만 우리를 지지해주는 여러 손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이 도넛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은 가게가 쏘아 올린 도넛의 커다란 여파, 자세한 내용을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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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경찰관들이 한 도넛 회사가 제공한 도넛을 먹고 있다. 도넛은 미국 경찰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로 꼽힌다. [AP=연합뉴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20/06/10/030b5566faeb4cbdb2c6612cf3e14ecf.jpg)
![앨리스도넛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 [페이스북 keith.mercadolazarski 캡처]](http://static.news.zumst.com/images/2/2020/06/10/29062459ff304193b569aee87818ecc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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