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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는 포인트는 계륵 같은 존재다. 서비스를 1~2번 이용해서 모은 포인트를 바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최소 사용금액 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다른 포인트와 합칠 수 있도록 포인트 전환 기능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제약 조건이 많다. 그렇다고 현금화할 방법도 마땅치 않고,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해버려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최근 야놀자·신세계면세점 등과 계정을 연동하며 관심을 끈 포인트 통합 블록체인 프로젝트 ‘밀크’는 이 점에 주목했다. 밀크를 운영 중인 밀크파트너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각종 포인트를 자체 암호화폐인 '밀크 코인(MLK)'으로 통합·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각종 포인트를 각자 니즈에 맞게 거래 및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조정민 밀크파트너스 대표(사진)는 최근 디스트리트와 만나 "밀크 프로젝트는 포인트 통합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단순한 포인트의 통합이 아닌 회원 풀의 통합을 이룰 것"이라며 "밀크 얼라이언스에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사용자, 신세계면세점 사용자로 이동하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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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는 지난해 9월 공개된 직후 '야놀자가 참여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신세계면세점과 딜카, 서울공항리무진 등이 파트너사로 참여하면서 얼라이언스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조 대표는 "초기에는 서비스가 아무리 좋고 혜택이 있어도 그걸 알아줄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파트너사와 제휴를 통해 해당 파트너사의 사용자가 밀크 코인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 시작에는 야놀자가 있다. 초기 파트너사로 참여한 야놀자의 주 사용자가 2030대 젊은 층이라는 점이 이후 참여한 파트너사를 설득하는 동력이었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야놀자는 수백만의 사용자를 보유한 기업으로 중심 유저는 2, 30대의 젊은 층"이라며 "어떤 기업이어도 모두 타깃으로 삼는 연령대"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신세계면세점 등 밀크 얼라이언스에 들어온 파트너사들이 야놀자의 중심 유저층이 20대인 점을 보고 참여했다"며 "결국은 하나의 얼라이언스 안에서 각 사의 포인트를 밀크 코인으로 통합해 서로의 사용자를 유입시켜주는 상호작용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놀자의 사용자가 신세계면세점의 사용자로 이동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며 "이들은 여행이라는 아이템을 교집합으로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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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기반으로 밀크파트너스는 우선 여행 관련 서비스를 중심으로 얼라이언스를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야놀자나 신세계 면세점과 같이 규모가 큰 기업과의 제휴에 집중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돼야 포인트를 할인 구매하려는 사람도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조 대표는 "서비스를 싸게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어야 매수세와 매도세가 균형을 이뤄 적절한 시세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와의 제휴도 밀크파트너스의 주요 계획 중 하나다. 하지만 대형항공사(FSC)와의 제휴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는 사람들이 처분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좌석 승급 및 보너스 항공권 취득을 위해 프리미엄을 붙여 구매하기도 한다. 이에 밀크파트너스는 저비용항공사(LCC)와 먼저 제휴한다는 방침이다. 대형항공사와 마일리지 사용 체계가 달라 접점을 찾기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밀크파트너스는 사용자가 증가해 밀크 얼라이언스 생태계가 커지면 대형항공사와 제휴를 추진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래에는 여행 외 다른 부문의 기업과 제휴하는 데도 힘쓸 계획이다. 밀크 코인을 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다. 또 밀크 얼라이언스 기업 간 사용자 교류를 지원함으로써 락인(Lock-in) 효과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여행 · 레저 · 패션 · 문화 등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포인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게 밀크파트너스의 비전이다.
밀크 코인과 제휴사 포인트의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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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코인과 제휴사 포인트를 연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제휴사의 리워드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제휴사에서 이미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경우, 밀크 코인을 해당 포인트와 연계해 양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신세계의 갓포인트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계돼 있다. 조 대표는 "제휴사의 포인트와 직접 연계하면 사용자가 기존에 적립해둔 포인트를 밀크 앱에서 바로 전환할 수 있다"며 "밀크 서비스 이용을 종료하더라도 제휴사에 포인트 이력이 남아 있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둘째, 새로운 유형의 포인트를 만드는 방법이다. 제휴사에 리워드 시스템이 없거나 제휴사 측에서 별도의 포인트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일례로, 야놀자는 ‘야놀자 포인트’로 사용자에게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밀크파트너스와의 제휴를 계기로 ‘야놀자 코인’을 새로 만들었다. 야놀자 포인트와 야놀자 코인의 운영 정책은 다르다. 야놀자 코인은 밀크코인과 연계되지만, 야놀자 포인트는 그렇지 않다. 포인트 활용처나 유효기간도 달라질 수 있다. 밀크파트너스는 제휴사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리워드 연계 환경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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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앱을 통한 포인트 할인 거래는 브로커리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밀크파트너스가 포인트 가격을 제시하면 사용자는 지정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야놀자 플랫폼에서 1원 가치를 갖는 야놀자 코인을 밀크 앱에서는 0.84원에 사고파는 식이다. 조 대표는 "알고리즘으로 각 포인트의 수요 · 공급에 따라 시세가 다르게 형성되도록 했다"며 "구둣방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사고파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포인트를 거래한다"고 말했다.
야놀자코인 · 갓포인트 등 각종 제휴 포인트는 밀크 코인으로 합친 후, 다른 제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용자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밀크 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사용자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밀크파트너스는 현금화해서 나가는 사람만큼 새로운 사용자도 플랫폼에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조 대표는 "포인트를 현금화하려는 수요만큼, 할인 구매한 포인트로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수요도 많다"며 "양방향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밀크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파트너사가 답"
밀크프로젝트가 굵직한 파트너사와의 제휴 및 연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밀크 코인의 한계도 지적받는다. 야놀자에서 야놀자 코인의 유효기간을 여느 포인트와 마찬가지로 적립 시점 기준 1년이라고 못 받은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파트너사와의 연동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점은 한정됐지만, 밀크 코인의 가치는 해당 파트너사와의 연동이 끝난 후에도 지속할 수 있을까. 조 대표는 이 의문에 대해 "그래도 파트너사가 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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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밀크 코인은 파트너사가 보유한 각종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는 유일한 거래수단이자 매개체"라며 "결국은 파트너사가 많아질수록 파트너사가 보유한 포인트의 총 볼륨이 밀크 코인 가치의 총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휴를 논의 중인 큰 규모의 파트너사들이 밀크 얼라이언스에 참여할 때마다 대규모 사용자와 그들이 사용할 포인트의 양이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 포인트에 대한 거래가 밀크 플랫폼 안에서 활성화될수록 해당 포인트를 사고팔기 위해 밀크 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곧 밀크 코인 가치 상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영 / 김도윤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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