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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19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일부 남성들은 "이제는 단순 포르노도 보지 말라는 거냐",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다.
정부는 이날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3개 법률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성인 대상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처벌이 가능해졌다.
특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맞닿아있는 성착취 영상물 제작·반포 행위에 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법정형이 상향됐다.
스스로 촬영한 영상물이라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배포할 경우 처벌된다.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 등은 성폭력처벌법 적용에 따라 각각 1년 이상 징역,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소식을 접한 남성들 사이에서는 반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SNS 및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제는 '야동'도 보지 말라는 거냐", "고작 영상물을 소지한 것인데 처벌이 과하다", "국민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 등 의견을 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발 내용을 종합하면 성범죄로 인해 만들어진 영상으로 인지하는 것이 아닌, 단순 영상물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같은 남성들의 주장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작용한다는 데 있다.
성착취 영상 등 불법 성적 촬영물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이 촬영·유포되는 영상으로, 이를 포르노라고 칭할 경우 실재하고 있는 피해 사실을 축소하거나 사안의 본질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 시청'이라는 즐거움을 위해 폭력에 노출돼있는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성 착취물이 SNS나 영상 공유 플랫폼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쉽게 공유되기 때문에, 해당 영상을 소지·시청하는 것 또한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가해 행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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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렇다 보니 우리 사회에 여전히 성인지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인지감수성이란 성 차별 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성 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성범죄 등에 있어서 가해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 중심 시각으로 피해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성인지감수성 결여는 가해자 중심적인 '강간문화'(Rape Culture)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여성인권운동가 리베카 솔닛은 자신의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가리켜 '강간문화'라고 정의했다.
여성을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간주하면서, 성적대상화·여성혐오·성폭력 미화 등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 전체를 포괄하는 말이다.
여성계는 성착취적 요소가 있는 포르노 소비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며 성인지감수성 함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일부 남성들이 성착취물 등 불법촬영물을 포르노와 동일시 하는 이유에 대해 "실제 포르노에서도 성폭행 미화 등 여성이 인간이 아닌 성적인 방식으로 기능하는 성착취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 대표는 "일반적으로 제작된 포르노는 성착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의 포르노 산업 피해 여성 지원 단체와도 국제 연대를 하는데, 배우, 아이돌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계약서를 쓴 뒤 착취하거나 실제 성폭력 피해 장면을 찍는 경우도 많다"면서 "'왜 포르노와 불법촬영물을 구별하지 못하는가'하는 이유는 실제 성착취가 너무나 많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착취물을 소비하고 구매하는 행위가 성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성인지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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