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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무관중 경기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 1 2020 포항스틸러스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 전반 부산 김문환이 슛을 날리고 있다. 20205.10/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덜커덕 막을 올렸다가 1라운드만 치르고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일본 J리그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월6일까지로 예정됐던 긴급사태를 31일까지 연장했고 이에 따라 프로스포츠 일정은 또 다시 짜야한다.
J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안정세를 전제로 6월13일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재차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유동적이겠지만 적어도 6월까지 일본의 축구는 없다. 바로 이웃나라의 상황이다. 참고 기다렸던 K리그는 지난 8일 개막했다.
목숨 걸고 바이러스와 싸워준 의료진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뚫고 프로축구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됐다. 덕분에 어떤 팀이 속해 있고 어떤 선수가 뛰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던 K리그는 영국 BBC가 중계권을 사가고 스페인 스포츠매체 마르카가 2부리그에서 나온 에피소드를 조명하는 기막힌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관중과 함께 할 수 없는 불행한 시즌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보너스 같은 시간이다. K리그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은, 지금 전 세계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지난 4월23일 팀들 간 교류가 허용된 뒤 첫 인천유나이티드와 연습경기를 치른 수원FC의 김도균 감독은 "관중도 없고 마스크를 쓰고 지시하는 게 답답하지만 이렇게라도 경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고 주장 이한샘은 "(연습경기인데도)어제부터 설렜다. 먹는 것, 자는 것 모두 실전처럼 신경 썼다. 축구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연습경기만으로도 행복했던 이들이 지금은 정식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이 프로지만, 그래서 2020시즌은 보다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뛰어야한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잉글랜드와 스페인, 독일이나 이탈리아 모두 리그를 재개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으나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K리그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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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광주FC와 성남FC 경기에서 광주 펠리페가 성남의 코너킥을 막아내고 있다. 2020.5.9/뉴스1 © News1 한산 기자 |
2020시즌은 선물처럼 다가온 '추가시간'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일본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래서 지금도 시작하지 못한 채 여름까지 손 놓고 있어야했다면 2020시즌은 뒤늦게 막을 올린다고 해도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프로연맹은 지난 4월24일 이사회를 통해 "K리그1은 22라운드, K리그2는 18라운드까지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리그가 종료된 경우 리그 불성립으로 간주해 우승팀과 순위 등은 가리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자칫 허송세월이 될 뻔한 시간이 무사히 선수들에게 주어졌다. '어떻게 뛰어야할까'에 대한 대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재앙으로 야기된 상황이니 표현이 여러모로 조심스럽지만 K리그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재미없다' '지루하다' '수준미달이다' 등등 그간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 찬스다.
진행되는 해외축구가 없어 경쟁 콘텐츠가 사라진 현재,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의 수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관중석은 비어있으나 그 어느 때보다 주목도 높은 시즌이다. K리그의 위상을 다시 정립할 판이 깔렸다. 물론,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추상적인 이야기지만 '좋은 축구'가 필요하다. 다시 뛰게 돼 행복하다면 팬들에게도 그 행복을 전달해줄 의무가 있다. 감독과 선수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쏟아내야 한다. 스코어 3-4 상황에서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 어떤 자세로 뛰었는지 생각하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축 운영 결정과 함께 올해는 팀 당 27경기 밖에 치를 수 없다. 공 돌리다 90분 쓰고 웅크리고 주저앉아 있다 90분 까먹고 설렁설렁 걸어 다니다 90분 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을까?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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