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항공에서 발 빼나...4월말 인수 미룰 듯

美 기업결합 승인받았지만, 4월말 주금납입 등 인수절차 연기
"관건은 산은 등 채권단과의 협상...인수조건 완화 요구할 것"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News1 신웅수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발을 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가 사상 초유의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HDC현산 측이 당초 이달 말 납입할 계획이던 인수대금 납입을 사실상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1일 항공·금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받았다. HDC현산은 앞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터키 등 해외 6개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승인을 받으면서 심사 받아야 하는 국가는 러시아만 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지연됐던 기업결합이 미국의 승인으로 '9부 능선'을 넘게 됐지만 시장에선 추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27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1.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 각국 기업결합 승인이 종료되면 1조47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1조1700억원을 상환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약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과 인수금융 등을 통해 남은 인수 자금을 마련해 4월 말 주금납입과 함께 아시아나 인수 절차를 모두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아시아나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실제 HDC현산 측은 인수계약 완료를 서두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항공업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다 최근 부채비율이 급증한 아시아나에 대해서도 추가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크게 늘어 채권단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1조1700억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HDC현산이 아시아나 유증에 참여한다고 해도 차입금 상환이 힘들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도 HDC현산 측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채권단과의 아시아나 매각 조건에 계약 종료 시점이 명시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탓에 이달 중 이뤄질 것으로 봤던 아시아나 유증은 물론 HDC현산의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추가 회사채 발행도 취소될 전망이다. 당초 HDC현산이 목표했던 4월 말 인수종료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거래가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닌 만큼 향후 HDC현산 측과 채권단의 지원협의 결과에 따라 매각 성공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본다.

현재 HDC현산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수은에 아시아나의 대출금 상환 연장, 금리 인하 등을 비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채권단이 보유한 아시아나 영구채 5000억원을 출자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다만 "채권단에 아시아나 관련 지원을 요청한 바 없다"는 것이 HDC현산 측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4월 말 인수종료가 어렵게 된 만큼 앞으로 HDC현산 측이 적극적으로 채권단에 인수조건 완화 등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총 인수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을 날리더라도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아시아나 매각 성공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 역시 "산은 등 채권단 입장에서도 아시아나 매각 실패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은 만큼 HDC현산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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