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JTBC 언론사 이미지

아직 어제 같은 그날, 세월호의 목소리|한민용의 오픈마이크

JTBC
원문보기
세월호 6주기…유가족 동행취재


[앵커]

세월호가 침몰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누군가에겐 감정의 모서리가 무뎌져 '아직도'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은 여전히 녹슨 세월호 언저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오픈마이크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왔습니다.

[기자]

어두운 새벽,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고향 안산시 단원에 관광버스 세 대가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그날의 아이들마냥 부모들은 버스를 타고 바다로 갑니다.


엄마는 목에 딸 이름표를 걸었습니다.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갈 때는 항상 달고 가요. 다혜, 정다혜 이름표 목에 메고 가요. 어떻게 또 봐야. 바다를 갈지 어제도 못 잤어요.]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아픔은 새어 나옵니다.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워낙 성원이가 먹성이 좋아서. 안 들어가요. 먹으려면…]

밤새 바다를 향해 달려와 놓고도, 바다를 보자마자 무너져 내립니다.

[김정화/고 김빛나라 양 어머니 : 바다 딱 보니까 좋아했을 아이 생각에. 이렇게 큰 배가 사고 해역까지 갈 수 있는 이런 배도 있는데 가지 않았다는 거.]


일하는 엄마를 둬 일찍 어른이 돼야 했던 딸, 그리고 딸보다 다정했던 아들이 그립습니다.

[김정화/고 김빛나라 양 어머니 :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밥해가지고 김치찌개 끓이고 엄마는 설거지 대충대충하는데 애는 철 수세미로…철 수세미 딱 보면 빛나라 생각이 나요.]

[김미옥/고 이호진 군 어머니 : 아들이 진짜 살가웠어요. 뭐가 하나씩 나면 그걸 다 짜주고. 김치부침개를 되게 좋아했어요. 아기가. 비가 오면 전화해서 '엄마' 이덕화 목소리로 '김치부침개 부탁해요' 이렇게 해요.]

추모 뱃고동과 그리운 아이들 이름이 바다에 울려 퍼집니다.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성원아! 조성원! 엄마 왔다. 내새끼.]

물에 젖은 가방 안에 있던 딸이 먹다 남긴 음료수도 6년 만에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책상에 매일 올려놨었어요.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건 아무 데나 버릴 수가 없잖아요.]

그사이 더 부식된 세월호.

[우종희/고 우소영 양 아버지 : 마음이 너무 아파가지고 말이 안 나오네요. 참…]

세월호가 이렇게 될 때까지 고대한 진상규명은 더디기만 합니다.

[우종희/고 우소영 양 아버지 : 살인 사건 나도 범죄자가 있잖아요. 여기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것 같아서 너무나 그게 억울해요 저희는.]

참사 6주기인 올해는 어느 때보다 아팠습니다.

[김정화/고 김빛나라 양 어머니 :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아무래도 힘든…]

선거에서도 세월호는 잔인하게 소환됐습니다.

[김미옥/고 이호진 군 어머니 : 세월호 '세'자만 나와도 또 우리한테 무슨 가슴 찢어지는 이야기를 하려고 저러나 벌써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설사 좋은 얘기를 해도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가만히 있어도 아픈 사람들에게도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집니다.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약 없으면 아무것도 일상생활을 못 해요. 애 사고 직후부터 지금 6주기까지 단 하루도 안 운 적이 없어요. 어디 가서 세월호 유가족이란 말을 못해요. 대놓고 욕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그저께 전화를 받았어요. 사람들은 보상 이야기 참 많이 하더라고요. 나한테 전화하신 그분은 자식을 안 잃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너무 아프거든요.]

아이가 탄 배가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걸 눈 뜨고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부모일 뿐입니다.

[김미옥/고 이호진 군 어머니 : 구해주는 사람도 없는데 살기 위해서 얼마나 발버둥쳤을 거예요. 안 죽고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김인숙/고 정다혜 양 어머니 : 똥강아지라고 불렀어요. 제가 늦게 낳았거든요.]

[송은진/고 조성원 군 어머니 : 진짜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애가 집에 와야 하는데 애가 안 와요.]

(화면출처 :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

(영상그래픽 : 김지혜 / PD : 홍재인)

한민용 기자 , 김상현, 이주원, 김동준

JTBC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All Rights Reserved.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박서진 부자 갈등
    박서진 부자 갈등
  2. 2유재석 정준하 30년 우정
    유재석 정준하 30년 우정
  3. 3아파트 화재 형제 사망
    아파트 화재 형제 사망
  4. 4제주항공 참사 추모
    제주항공 참사 추모
  5. 5아파트 화재 형제
    아파트 화재 형제

함께 보면 좋은 영상

JTBC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독자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