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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내내 '패싱 논란' 기재부, 재난지원금도 밀리나

조선비즈 세종=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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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70% 지급으로 추경안 제출" 한다지만
여야 전 국민 지급 추진에 靑, 총리도 반대 안해
70% 지급에 반대한 洪 부총리는 논의에서 제외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나서면서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또 ‘패싱(passing·배제)’될 상황에 놓였다. 기재부는 국민의 70%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지만, 여야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청와대도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 난감한 상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사견을 전제로 고소득자에게 환수할 수 있다면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국민의 70%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다음주에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우선 지급하고 나중에 고소득자로부터 따로 환수하는 방안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3일 오후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지난달 3일 오후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미래통합당 김상훈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70%에게만 지원금’ 고수하는 기재부, 또 배제되나

여야가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고 청와대는 이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홍 부총리는 ‘70%에게만 지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70% 지급안을 준비하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정부에서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70% 지급안에 대해서도 줄곧 반대의견을 밝혀왔다. 특히 지난달 29일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소득하위 50%에게 지급하자는 안을 주장하다 여당과 청와대 인사들에게 "답답한 소리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거의 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에서 오랜 시간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 홍 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를 전 국민 지급안 논의에 포함시킬 경우 잡음이 커질 것을 우려해 정치권이 아예 기재부를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0%에서 70%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재부 예산실 사람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을 것"이라며 "나라의 재정을 책임진다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센 집단인데 정치권에 밀려 대상을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나라살림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번번이 배제당하고 있다. 심지어 산업통상자원부 등 장관급 부처와 청와대가 직접 소통하는데 경제부총리와 기재부가 그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른 경우도 있었다.


기재부 패싱의 최근 사례는 지난 2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다. 당시 민주당은 코로나 19 대응 추경 편성을 요청했는데 이때 홍 부총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을 간 상태였다. 재정당국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여당이 추경안 요청을 밀어붙인 셈이다. 결국 당정은 11조7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을 편성했고 3월 17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3월 LPG 승용차를 일반인이 살 수 있게 한 것도 홍 부총리가 배제된 채 총리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협의해 국회에서 통과됐다.

그래픽 = 정다운

그래픽 = 정다운



◇총대 멘 기재부 세제실… 전 국민 지급안 연구

정치권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기재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소득하위 70%에 지원금을 지급하려면 7조1000억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 기존 정부 사업의 예산을 줄여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13조~25조원이 필요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적자 국채를 69조원 발행할 예정인데, 이전에 가장 많이 발행한 2015년(39조6000억원)의 1.7배 수준이다. 중앙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 채무는 지난해 말 699조원으로 전년보다 47조2000억원(7.2%) 늘었다.

기재부 세제실은 고육책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통과될 경우 고소득자에 대해 추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일단 돈을 준 후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더 걷는 방식인데 영국의 아동 수당 등이 이런 방식을 쓰고있다.

기재부 세제실은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자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 후 추후 환수 주장을 펴자 이 연구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해외 사례가 있는지를 문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후 환수 방식은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소개되는 방법이기에 연구 차원에서 문의를 한 것 뿐"이라고 했다.

세종=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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